’컵라면 인증샷 유행’ 한라산…”제발 국물 버리지 마세요”

By 연유선

한라산 산행 후 컵라면 먹기 인증샷이 유행하면서 등반객이 먹다 남긴 국물로 인해 관리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9일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이하 관리소)에 따르면 한라산 탐방객들 사이에서 ‘컵라면 먹기 인증샷’ 찍기가 유행하면서 대피소 등의 음식물처리 통마다 먹다 버린 라면 국물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해발 1천700m 윗세오름 등에서는 보온병에 담아 온 뜨거운 물을 부어 컵라면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취식’을 허용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탐방객들은 컵라면을 먹고 난 후 쓰레기를 대부분 다시 가져가고 있지만 먹고 남긴 국물은 처리가 쉽지 않다.

특히 라면을 끓여 먹는 탐방객들이 늘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윗세오름에 음식물처리기를 2대 설치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부족해 국물을 따로 버릴 수 있는 60ℓ 물통 5개를 비치했다.

실제 대피소 등의 음식물처리 통에 버려진 컵라면 국물은 관리소 직원이 직접 가지고 내려와 처리하고 있는데 그 양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라면 국물 물통은 모노레일로 산 아래로 운반한 뒤 톱밥으로 발효처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탐방객들이 화장실 또는 땅에 라면 국물을 버리는 지경까지 왔다”고 전했다.

관리소는 현수막과 SNS를 통해 탐방객들에게 ‘라면국물 남기지 않기 운동’을 홍보하고 어깨띠를 착용한 직원들이 나서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김희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한라산을 찾는 모든 탐방객이 컵라면 국물 등 오염물질을 남기지 않는 작은 실천으로 한라산을 보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