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자동차 시장 개방하겠다”..무역갈등 해소 의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중국 보아오 포럼에서 올해 중국 시장 개방 폭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언론들은 시 주석의 자동차 시장 개방 약속 등에 주목을 하면서도, 이미 나왔던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 주석은 10일 오전 중국 남부 하이난섬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시장진입 규제 완화 ▲투자환경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금융업 서비스 대외개방 확대 등 “일련의 랜드마크 조처들(a number of landmark measures)” 등 중국의 새로운 경제개방 정책의 밑그림을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시 주석이 밝힌 폭넓은 시장 개방 분야 중 특별히 자동차 시장 개방에 주목했다.

CNN머니는 이날 시진핑 주석이 올해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세계에 개방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자동차 관세를 큰 폭으로 내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자동차 기업의 외국인 지분 비율을 가능한 빨리 늘린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현재 외국 기업이 중국에 자동차 공장을 세울 경우 지분 한도를 49%로 제한하고 있다.

CNN머니는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미국 정부가 최근 1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을 대상으로 고관세를 부과토록 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대중 무역 보복 조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CNN머니는 “시 주석이 자동차 관세 인하는 물론 다른 일련의 대책들을 새로운 국면의 개막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날 그가 밝힌 많은 조처들은 중국 정부가 이미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예컨대 중국정부는 지난해 11월 수입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점진적이고 적절하게” 낮추기로 약속을 했지만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 특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CNN머니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중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땐 2.5%의 관세를 붙인다. 반면 미국산 자동차가 중국으로 보내질 땐 25%의 관세가 매겨진다. 이런 게 자유 혹은 공정무역처럼 보이는가. 아니다. 멍청한 무역처럼 보인다. 이런 일이 여러 해 동안 이어지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CNN머니는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이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 무역 갈등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국의 경제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중국 담당 매니저인 톰 래퍼티는 “시 주석이 금융과 자동차 등 이미 잘 다듬어진 부문의 개혁 윤곽을 보여주었다.일부 투자자들에게 선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누그러트릴 만큼 놀라운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분석가들은 시 주석의 이날 연설은 협상을 위한 초석을 놓은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중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분명히 시 주석은 분쟁과 관련한 냉철한 이성적 접근을 선호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미중 무역갈등은 궁극적으로 중국측의 양보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은 지난 8일 개막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보아오포럼에 참석했다. 특히 올해는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제안해 올해가 40주년이 되는 해인데다가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 주석의 발언에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