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감옥에서 혈서를 쓴 러시아 스포츠 선수

러시아의 익스트림(extreme sports) 선수가 베이징 공항에서 러시아로 출국하려다 체포됐다. 투옥된 그는 외부와 어떠한 연락도 허용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혈서를 써 은밀히 러시아 대사관에 전달했다. 대사관의 도움으로 풀려난 그의 소식은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러시아의 한 신문 웹사이트는, 중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비밀리에 연락해 석방된 러시아의 익스트림 선수 알렉세이 페호프(Alex Pykhov)가 하바로프스크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페호프는 올해 4월 1일 베이징의 초고층 빌딩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렸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보도에 따르면, 페호프는 사건 발생 당일 밤 건설용 헬멧을 쓰고 노동자로 가장해 중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Z15 타워’ 맨 꼭대기로 올라갔다. 일명 ‘쭝궈쭌(中国尊)’이라고 불리는 이 빌딩은 108층이고 총 높이는 528m이다. 아침 6시에 빌딩 꼭대기에서 뛰어내린 그는 낙하산을 펼치며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2012년에 착공한 이 타워는 아직 미완성으로 조만간 외장공사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페호프는 “아침 6시에 그토록 많은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교차로에 착륙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피해요!’라고 소리를 질러야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교차로 주변의 사람들이 “하늘에서 사람이 내려온다”며 별로 놀라지 않는 것 같아 더욱 놀랐다고 했다. 그리고 바빠서 고개조차 들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미소를 보냈다고 했다.

베이징 거리에서는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종종 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다지 놀라지 않은 듯했다. 그 후, 페호프는 자신의 스카이다이빙 사진과 영상을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에 올렸다. 하지만 며칠 후,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는 베이징 경찰에의해 체포되고 말았다.

중국 감옥에 갇힌 페호프는 러시아 대사관이나 러시아 친척, 친구에게 연락할 기회가 없었고 허용되지도 않았다. 페호프의 지인은 그가 구금된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 자신조차 언제까지 구금될지도 몰랐다.

“나 외에도 10여 명이 더 갇혀 있었다. 그런데 종이와 펜이 없어 편지를 쓸 수 없었다. 함께 있던 수감자 한 명이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다고 했다. 나는 손가락을 물어뜯어 피를 내고 작은 종이쪽지에 몇 글자 쓴 뒤, 그에게 베이징 러시아 대사관에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10일쯤 지나 마침내 움직임이 있었고, 그래서 돌아올 수 있었다”라고 페호프는 밝혔다.

알렉세이 페호프는 러시아 극동의 하바로프스크 출신으로 유명한 익스트림 선수다. 세계 각지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을 올려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의 러시아 팀은 2015년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시두강(四渡河)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486m 되는 다리 위에서 번지점프에 성공했다.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를 건설하고 있는 중국 베이판강(北盘江) 다리에서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지방 정부와 1년이 넘게 협의했으나 결국 거부당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