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미중 무역관계 바꾸는 백악관 경제 참모, 피터 나바로의 시각

By 강 유정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침모 중의 한 사람인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OTMP) 국장은 15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으로 커지고 있는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에 대해 “무역전쟁을 촉발하지 않고 관세를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는 CNBC에 출연,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부과는 “단지 여러 해 동안 공정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점을 동맹국들은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은 “현재 중국은 외국 기업이 자국에 진출할 때 기술을 이전토록 강요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300억 달러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바로 국장은 이어 “향후 몇 주 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조사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권고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미국 월가의 그 누구도 중국 관련 지적재산권 도둑질 행위 처벌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문제의 무역전쟁 없이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대응을 하는 국가들은 관세 폭탄을 면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의 휴대폰, 가전, 통신장비 등 100개 제품에 최대 600억달러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잇따르는 중에,  14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책사 류허(劉鶴)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게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의 약 27%인 1000억달러를 줄이라고 미국 측에서 공식 전달했다. 이로서 미-중 무역전쟁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영향력있는 미국 대통령의 무역담당 경제 참모에게서 나온 발언의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피터 나바로는 어떤 인물인가?

피터 나바로는 중국과의 무역 및 기타 문제에 관한 미국의 강경 라인을 지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중국에 대한 회유적 접근을 선호하는 또 다른 최고 경제 고문들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백악관에서의 입김이 세지고 있다.

트럼프 집권시부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역임해온 게리 콘(Gary Cohn)의 3월 6일 사임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콘이 반대의견을 냄으로서 촉발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골드만삭스 출신 은행가이자 기존 무역체제의 지지자인 콘은, 중국과의 무역관계를 새로 설정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실현을 밀어부치는 행정부 내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인 나바로와는 거의 1년간 불화를 겪어왔다.

콘의 퇴장은 나바로의 극적인 복귀신호일 수 있다. 나바로는 지난해 몇 달 동안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가 이끌어온 미국무역위원회가 지난 4월 해체되고, 콘에 사무실에 합쳐졌다. 언론은 그러한 움직임을 백악관 내부의 경쟁에서 콘 진영의 승리 신호로 해석했다.

나바로와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던 두 명의 소식통은 지난해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나바로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이익을 얻어온 행정부내 인물들에 대한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콘이 퇴장함으로서 나바로가 행정부의 정책 수립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베이징 인민 대회당, 2017년 11월 9일. (NICOLAS ASFOURI/AFP/Getty Images)

중국에 대한 시각

백악관 집무실 내부의 권력 균형을 바꾼 것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분쟁 뿐만 아니라, 중국을 특별히 전략적 경쟁자로 지정한 백악관의 국가 안보전략이, 오랫동안  나바로가 주장해온 견해와 일치 한다는 점이다. 나바로는 중국이 단지 군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미국에 도전하기 위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버드 출신 경제학자이자  UC어바인 교수였던 나바로는 중국에 대해 당시 주류  경제학계와는 다른 비판적 견해로 “가장 인기없는 경제학자” 라고도 불렸다 . 그는 2016년 트럼프 캠프에 참여하기 전에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 과 <웅크린 호랑이>의 저자로 유명세를 탔으며 , 이  두 책의 내용은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되어 주목을 끌었다. 두 권의 책은 공격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중국에 맞설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서 나바로는 국제무역 시스템 속에 중국이 편입되어 성장하게 되면, 중국이 좀더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로 될 것이라는 서방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런  환경이 중국 정권이 미국 주도 무역체제의 혜택을 활용하고 착취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보았다. 오히려 중국이 더 재정이 탄탄하고 잘 무장된 권위주의 국가를 만들어, 전세계적으로 군사적 경제적 세력 확대와 침략에 전념하게 허용했다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에 주목한 나바로의 저작들을 학문적인 작업이라기 보가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장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나바로가 자신의 이야기에 짜맞추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바로의 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관계에 대한 시각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도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더 이상은 안된다’

“WTO가 중국을 창조했다” 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3일  보수 정치 컨퍼런스에 참여한 수천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나바로의 WTO 에 대한 견해를 분명하게 지지했다 . “중국은 그간 로켓 우주선이었다. 작년에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거의 5천억 달러에 달했다. ”

나바로는 3월 4일  CNN에 “대통령이 WTO와 관련해서 하고 싶어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 더 이상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세계 160 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WTO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우리를 싫어한다”고도 했다.

나바로는 중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징벌적 관세 부과에 착수하고, 이제 미국의 지적 재산권 도용에 대해 중국을 처벌하고자 한다. 워싱턴 프리비컨(Washington Free Beacon)의 보도에 따르면, 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중국과의 무역 분야에서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한 다음 단계는 중국이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강제적으로 침식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은 많은 분야 교역행위에서 아주 나쁜 행동을 한다. 단기적으로는 우리의 지적 자산 절취와 우리 기술을 강제적으로 이전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언급해야할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나바로가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밝혔다.

나바로의 시각은 대다수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이질적이지만, 미국 국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세계, 현재 미중 경제관계의 성격과 의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종 수사를 동원하지만, 중국의 지도자들은 무역과 투자를 단순한 ‘윈 – 윈 협력’이라기 보다 전략적 경쟁의 영역으로 생각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우드로윌슨 스쿨의 교수로 있는  아론 프리드버그(Aaron Friedberg)는 2월 15일 하원군사위원회 증언에서, 중국이 “현재의 접근 방식을 포기할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나바로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수위는 어디까지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는 트럼프에게 국가 방위산업 기지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를 요구하는 집행 명령에 서명하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미국 방위산업이 중국의 군사력 상승을 다루기에는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많은 사람의 우려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중국의 대응은?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훼손한다면, 중국은 합법적으로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중국 언론사 ‘환구시보’도 15일 칼럼에서 “미국이 대규모 무역전쟁을 시작하면 중국도 매섭게 공격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려면 시장을 더 개방하고 개혁하는 것이 옳지, 다른 국가가 미국의 이익에 맞춰 변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이 미국의 무역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의 국채를 팔아 금융시장에 위기를 줄 수도 있다는 추측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1월 기준)이 전달 대비 100억달러 감소한 1조 1700억 달러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Bloomberg)’ 등 외신보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