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랜드마크’까지 복제? 중국판 짝퉁 해외 명소 10곳

중국에 산다면 모든 것이 중국에 있으니 더는 유명 해외 관광지의 랜드마크를 보기 위해 값비싼 비행기 표를 살 필요가 없다.

중국의 ‘복제 건축’ 덕분에, 중국을 떠나지 않고서도 유럽의 절반을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복제 건축물들은 중국이 자국의 독창성과 문화적 자신감 결핍을 겉으로 드러내는 형국일까, 아니면 점점 부강해지는 경제 사정과 발달하는 건축 전문 기술의 표현일까?

다음의 10가지 사례를 알아보자.

에펠탑

항저우의 중국판 에펠탑은 실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외관이 매우 유사하다. 흥미로운 점은 1887년 프랑스의 에펠탑 건축이 도시의 미적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프랑스인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CBC 보도에 따르면, ‘현대 중국의 모방 건축’을 쓴 비앙카 버스커는 “중국의 성공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건축물 복제에 의존하게 된 것”이라며 “중국이 파리를 재현함으로써 프랑스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성공을 자축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image_alt%
지난 2009년 3월 22일, 중국 선전에 있는 중국판 에펠탑의 모습.(Bernard Spragg/Flickr)

이집트 기자의 대 스핑크스

원형 크기 그대로 복제된 중국판 이집트 대 스핑크스가 중국 스자좡 외곽에 지어졌다. 이집트 측의 요청으로 2016년 철거 명령을 받은 적이 있으며, 이 요청에 따라 중국 측 인부들이 스자좡의 스핑크스 머리를 잘랐다.

하지만 2018년 중국이 스핑크스 머리를 몸통에 다시 붙이자 ‘분노한’ 이집트가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UNESCO)에 고소했다.

%image_alt%
2014년 5월, 중국 스자좡 변방에 그대로 복제된 기원전 2500년경 고대 이집트인들이 세운 기자의 대 스핑크스의 모습.(VCG/Getty Images)

이탈리아 대운하

유럽식 건축물, 인공 운하, 그리고 베네치아 전통 의상을 입은 사공까지, 중국은 베네치아보다 더 베네치아 같은 이탈리아 대운하를 완성했다.

이탈리아 마을을 그대로 흉내 낸 중국 피렌체 빌리지는 사실 200개 이상의 상점이 밀집한 아울렛으로, 구찌(Gucci), 펜디(Fendi), 프라다(Prada)와 같은 대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image_alt%
2014년 12월 1일, 중국 우칭에 이탈리아 피렌체 지방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도플갱어 아울렛을 따라 흐르는 대운하의 모습. (Zhang Peng/LightRocket via Getty Images)

피사의 사탑

이탈리아에서 5000마일 떨어진 상하이에 우뚝 솟아있는 이 종탑은 보나노 피사노가 1372년 설계한 건축학의 기적, 피사의 사탑을 본뜨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사를 준 것이다.

이탈리아 기술자들은 아직도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경사각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엔지니어이자 피사 지역의 주요 대표 건축물을 관리 감독하는 기술 담당자 로베르토 셀라는 대규모로 진행되는 작업에도 피사의 사탑이 ‘수직으로 온전히 복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광범한 분야에서 연구 되어온 건축물이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image_alt%
1876년 그려진 피사의 사탑 그림. (British Library/Flickr)

미 국회의사당

베이징에 미 국회의사당이 지어졌다.

미 국회의사당이 링컨 기념관, 백악관, 뉴욕 자유의 여신상, 워싱턴 기념탑 등의 모형 건축물과 함께 중국 베이징에 세워졌다.

%image_alt%
2008년 7월 23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국판 미 국회의사당 밖을 거니는 관광객들의 모습.(Feng Li/Getty Images)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베이징 업무지구의 한 보도를 따라 나란히 세워진 이 모아이 석상 건설 공사에는 라파 누이섬(이스터섬) 주민은 한 명도 동원되지 않았다.

실제 모아이 석상은 세상을 떠난 족장 등 중요 인물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1722년 이스터섬을 최초로 밟은 유럽인 야코프 로헤베인은 이 석상에 기도하는 원주민들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이 석상들은 모두 돌을 깎아 만든 것으로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다. (중략) 석상들을 가운데 두고 스무 걸음에서 서른 걸음 정도 떨어진 위치에 빙 둘러 돌을 놓아 공간을 확보해놓았다.”

%image_alt%
2014년 10월 9일, 중국 베이징에 만들어진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을 복제한 석상의 모습.(Jed Record/Flickr)

로마의 콜로세움

이 유명한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검투사 대결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도박의 성지 마카오의 한 테마파크에 콜로세움과 똑같은 건물을 지은 중국의 행보가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이 복제 건축물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콘서트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image_alt%
2003년 1월 1일, 베스파시아누스와 티투스 로마 황제 통치 시절 건축된 이탈리아의 대표 랜드마크 콜로세움의 중국판 복제 건물의 모습.(Photocapy/Flickr)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세계에서 가장 쉽게 식별 가능한 건축물 중 하나인 호주의 공연 예술 센 오페라하우스는 현대 건축양식에 아주 복잡한 구조물의 길을 연 것으로 유명하다.

%image_alt%
2004년 6월 17일, 수면에 왜곡된 형태로 반사되어 보이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모습.(Bernard Spragg/Flickr)

할슈타트 알파인 마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버외스터라이히주의 할슈타트 호수마을을 중국 남부도시 후이저우성에 그대로 본떠 만드는데 광업 기업 차이나민메탈스가 9억4000만 달러(약 1조626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국판 할슈타트 마을은 관광객과 부동산 투자업자들의 관심은 물론 이러한 건설 계획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있던 오스트리아인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렸다.

‘메이드인차이나’ 버전의 할슈타트 마을이 오스트리아인들에게 마침내 들통난 것은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를 찾은 한 중국인 관광객이 중국판 할슈타트 건설과 관련한 이야기를 발설해버렸기 때문이다.

할슈타트를 둘러싼 논란은 다행히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는데 바로 중국판 할슈타트의 인기가 오스트리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900여 명의 할슈타트 주민들은 중국 광둥성에서 열린 할슈타트 마을 개장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image_alt%
2013년 12월 9일, 오스트리아 주요 관광지인 할슈타트 호수 마을을 감쪽같이 베껴 만든 중국판 할슈타트 사진. (Hanno Böck/Wikimedia Commons)

모스크바 크렘린

리버스 엔지니어링(완성된 제품을 분석해 제품의 기본적인 설계 개념과 적용 기술을 파악하고 재현하는 일)으로 크렘린을 복제한 중국 건물은 베이징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있는, 먼터우거우 기상국이 입주해있는 정부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크렘린은 제정 러시아 시대 이후 러시아 최고 권력자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크렘린의 건물들은 화려한 양파 모양의 금색 돔과 하얀색 벽, 그리고 아치 모양의 창문이 특징적이다.

중국판 크렘린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돔 위에 십자가가 없다는 점인데, 종교 단체를 핍박하는 중국 당국의 무신론적 태도에 기인한 결과로 보인다.

%image_alt%
2013년 12월 23일, 한 남성이 모스크바 크렘린을 모방해 지어진 베이징 서부 외곽 지역 먼터우거우의 정부 청사 앞에서 일하고 있다.(STR/AFP/Getty Images)

모방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역사 속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이 정복한 경쟁국들의 궁을 진시황제의 수도에 그대로 따라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