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그릇 ‘옹기’, 천년을 가다 [헬로우 코리아] 282회

옹기는 살아 숨 쉬는 그릇이다. 우리나라 발효음식 대부분이 옹기에서 숙성된다.

시간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고 맛은 깊어진다.

주로 바깥에서 음식을 보관하는 데 쓰여 투박하고 겉치레가 없다.

그렇게 옹기는 오랜시간 한국인의 생활용기로 사용됐고,

한국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보성군 미력면 ‘미력옹기’에는 무형문화재 37호 이학수 장인이 산다.

300년 동안 9대째 가업을 이어온 장인의 집안은 그 자체로 역사다.

옹기와 함께 울고 웃다보니 어느새 옹기를 닮아버렸다는 이학수 장인이다.

전라남도 보성군에 위치한 이학수 옹기 장인의 작업실.

이학수 장인은 지금 ‘쳇바퀴 타래기법’으로 한국의 전통 옹기를 만드는 중이다.

 

흙으로 이음 부분을 메우고 옹기의 기벽을 고르고, 쌓아올리는 반복적인 기법인 쳇바퀴 타래기법.

옹기는 모든 과정에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전통방식 그대로다.

옹기를 찾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옹기에 혼을 불어 넣었다.

 

 

9대에 걸쳐 300년 이상 옹기장이로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학수 장인의 집안.

할아버지 이옥동, 아버지 이내원(李來元)을 거쳐 3대가 무형문화재 옹기 장인으로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부친 이내원 장인은 아들 이학수 선생이 옹기장이가 되길 바라지 않으셨다 한다. 그 때만 해도 옹기장이를 천한 직업으로 여겼고, 이학수 선생은 그때 자신을 만류하는 아버지가 야속하기도 했지만, 지금 이렇게 아버지 뒤를 따르게 된 것을 보면, 모든 것이 운명인가도 싶다.

결과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과정에 충실했기에 9대째 내려오는 전통을 지금까지 지킬 수 있었으리라.

 

한꺼번에 많은 양의 옹기를 구워내기 때문에 보통 일이 아닌 가마 작업.

불 조절까지 정확하게 하면서 일주일간 장작불을 때야한다고 한다.

이학수 장인은 숙연하게, 지긋하게 옹기가 새롭게 완성되기만을 기다린다.

이렇게 인내와 정성이 필요한 것이 옹기작업이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가마 앞 아궁이에서 장작불을 살펴보는 이학수 선생.

 

큰 욕심 없이 옹기를 만들었다. 그런 옹기들이 간장, 된장의 맛을 더 좋게 만들었다.

옹기는 소박하지만 담아낸 것을 더 가치 있게 한다.

애써서 만든 게 아니라 그저 좋은 마음으로 착실하게 옹기가 되는 과정을 함께 했을 뿐이었다.

결국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담는 지가 옹기의 가치를, 나아가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야외 전시장에 놓여진 옹기를 하나 하나 살펴보고

따스한 햇살을 받은 옹기에 등을 대는 이학수 선생.

등을 대고 기대서서 옹기와 더불어 해바라기를 해본다.

그야말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이학수 장인은 옹기 같은 사람이다.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옹골차고 변함이 없다. 장인은 천년을 살아 숨 쉬는 옹기처럼 오랫동안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300년 동안, 9대 째 이어오는 가업을 물려받아 옹기장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이학수 옹기장.

앞으로의 작업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아니 더욱 심혈을 기울여 할 것이고 한국의 전통 옹기의 멋 그대로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금이 가고 깨지면 바로 흙으로 돌아가는 옹기처럼, 장인도 자신이 왔던 곳,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