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했지만 가난이 부끄럽지 않았던 고등학생, 평생 잊을 수가 없네요”

By 김연진

과거 편의점을 운영하던 시절에 매일 찾아오던 고등학생을 잊을 수 없었다고, A씨는 고백했다.

학생은 A씨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혹시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하는 삼각김밥이 있으면, 좀 주실 수 있나요?”

어려운 집안 사정을 털어놓으며 음식을 부탁하던 고등학생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혹시 잘못 먹고 탈이 날까 걱정돼 새 음식을 학생에게 줬다고 말했다.

이어 “멀쩡하게 생겨서, 그런 부탁을 하니 처음에는 좀 놀랐다. 그런데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생 부모님이 몸이 좀 불편하신 것 같았고,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서 학생을 좀 도와주려고 음식을 공짜로 주곤 했다”고 덧붙였다.

학생은 감사한 마음에 A씨를 마주칠 때마다 아주 밝고,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정말 고맙다. 언젠가는 (은혜를) 꼭 갚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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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5년이 흘렀다. 이후 두 사람은 마주치지 않았다.

그런데 A씨가 동네 갈비집을 갔는데, 그곳에서 그 학생과 다시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근황을 물었다. 그때 A씨는 놀라운 말을 듣게 됐다.

어느덧 20대 청년이 된 학생은 “그사이에 결혼까지 했다. 장인어른의 가게에서 일하는 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인어른께 A씨를 소개했다. “이분이 제가 학생 때 편의점에서 음식을 주시던 분이다. 그땐 밥도 잘 못 먹었는데… 정말 고마운 분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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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부끄러워하고, 가난했던 시절을 숨기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나였으면 편의점 가서 음식을 부탁하는 것도, 장인어른 앞에서 가난했던 시절을 고백하는 것도 어려울 텐데… 가난했지만 가난이 부끄럽지 않은 학생이다”

끝으로 “고맙다며 소갈비를 잔뜩 포장해주더라”며 사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