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한창 꿈을 향해 달려갈 나이, 희망이 가득한 나이, 누구보다 푸르를 나이.
하지만 한 청년은 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외로워서.
세상과 단절된 채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청년이었다. 그 청년의 침대 머리맡에는 돌아가신 어머니 사진이 놓여 있었다.
지난해 11월, 유튜브 계정 ‘TBS 시민의방송’에는 “민생연구소 – 청년들의 쓸쓸한 죽음 ‘고독사'” 특집이 공개됐다.
해당 방송에는 고독사한 이들의 마지막을 함께해주는 유품 정리인이 출연했다.
유품 정리인은 “고독사 현장에서는 원래 냉랭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한 집에서는, 온기가 느껴졌다. 28살 청년이 사후 3일 만에 발견됐는데 그 집은 너무 따뜻했다”고 고백했다.
28살 김지은(가명) 씨는 한 임대주택에서 고독사한 채로 발견됐다.
주방은 잘 정돈돼 있었고, 냉장고에는 음식과 식재료가 가득했다. 지은 씨는 판매직, 병원 보조 일을 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청년이었다.
유품 정리인은 “집에 가서 보니까, 침대 옆에 액자가 있었다. 액자 속 주인공은 1년 전에 돌아가신 지은 씨의 어머니였다”고 설명했다.
지은 씨는 어머니가 쓰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1년 동안, 매일 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하지만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지은 씨는 극심한 외로움과 슬픔에 잠겨 삶의 의지를 놓아버렸다.
유품 정리인은 “(지은 씨가) 마지막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거 같다. 컴퓨터에 뭔가를 썼는데, 인쇄물이 반쯤 백지가 나온 거였다. 인쇄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알고 보니, 프린터의 잉크가 이미 2년 전에 굳어 버린 거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지은 씨.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곁에 아무도 없었다.
지은 씨에게 전해진 마지막 우편물은 ‘체납고지서’였다.
“고독사하는 청년들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는?”이라는 질문에 유품 정리인은 자신만의 생각을 밝혔다.
“예전과는 달리, 껍질이 너무 두껍다는 거죠”
“취업난, 경제난, 주거난. 청년들이 뚫어야 할 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그 벽을 뚫고 나오지를 못하고 고립되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