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 남성은 말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By 김연진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달콤한 인생’

영화 ‘달콤한 인생’의 엔딩 장면에 삽입된 배우 이병헌의 나레이션이자, ‘구운몽’의 한 구절이다.

이야기 속 제자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을 꾼 남학생이 여기 있다.

그는 아스라이 펼쳐진 꿈의 정원을 손으로 천천히 더듬듯이 한 줄, 한 줄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남학생은 얼마 전 이별을 경험했다. 오랜 시간 만났던 한 살 연상의 여자친구가 있었다.

둘은 갑작스럽게 사정이 생겨 멀리 떨어지게 됐다. 잘 만나고 있던 두 남녀의 사이는 이때부터 멀어져만 갔다.

남학생은 “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걱정이 현실로 다가올 줄 몰랐다”라며 “결국 성격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달콤한 인생’

이어 “처음에는 정말 화가 났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잘못됐는지, 뭐가 모자랐는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감정의 결이 정리되자 후회들이 밀려왔다”라고 말했다.

조금만 더 누나의 말을 들어줄 걸,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게 아닌가, 하고 되뇌었다.

이후로 부끄러움을 참고 몇 번 연락을 건넸던 남학생이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끝이었다.

이별의 순간을 털어놓던 남학생은, 연애 당시 누나에게 처음으로 ‘그것’을 고백했던 일을 떠올렸다.

사실 남학생에게는 안면인식장애가 있었다. 쉽게 말해,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구분하거나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영화 ‘달콤한 인생’

남학생이 안면인식장애를 고백하자,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우리가 나중에 잘못돼도, 나는 널 못 잊을 거 같은데, 넌 날 기억 못할 수도 있잖아”

괜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몇 개월 뒤 누나의 그 말이 현실이 돼었다고, 남학생은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헤어진 연인이 꿈에 나온다는 것을 영화에서나,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

“저도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꿈속에서는 그 누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참 달콤했다”

“하지만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잠에서 깨어나서도 꿈이, 누나의 얼굴이 기억난다면 정말 가슴이 미어졌을 게다”

영화 ‘달콤한 인생’

누나가 좋아했었던 비가 오는 날, 남학생은 달콤한 꿈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썼다.

남학생에게 달콤한 꿈이란 더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잊혀져서 다행인 것.

바로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