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쓸쓸히 죽음 맞이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장례식에 모두 집합한 미국 시민들

By 윤승화

엄숙한 백파이프 연주, 수천 명이 넘는 조문객과 수백 미터에 이르는 오토바이 운구 행렬, 군부대의 성조기 전달식…

공식 행사를 방불케 하는 이 장례식은 유명 인사가 아닌, 69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어느 ‘평범한’ 미국 군인의 장례식이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N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앞서 이달 25일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 그로브 묘지에서 이같은 성대한 장례식이 거행됐다. 사연은 이러했다.

장례식의 주인공은 올해 90세로 숨을 거둔 헤즈키아 퍼킨스 씨.

지난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참전군인 퍼킨스 씨는 생전 요양원에서 홀로 쓸쓸히 살았다. 자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상황을 걱정한 고인은 20년 전, 묘지에 본인의 장례비를 직접 미리 지불해 놓기도 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실제 퍼킨스 씨의 가족들은 다른 주에 멀리 살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려왔다.

그대로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장례식이 치러질 수 있던 상황. 퍼킨스 씨의 옛이야기를 전해 들은 묘지 측에서는 나라를 위해 복무한 고인이 혼자 묻히게 될 상황을 놔둘 수 없다며 장례 하루 전 공식 SNS에 급하게 공지를 올렸다.

“시민 여러분들이 상주가 되어주세요”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수천 명의 시민이 장례식장을 찾아온 것. 수백 명의 또 다른 시민들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끌고 와 운구 행렬을 호위했다.

물론 이들 모두 고인과 생전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육군부대에서는 군인들을 보내 성조기를 전달하는 국기 의식을 거행했다.

이 모든 게 참전 용사의 마지막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장례식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분은 우리의 형제이고 우리는 여기 있어야 한다”고 추모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나라를 위해 봉사한 참전 군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달려온 사람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참전 용사의 마지막을 기리는 미국 시민들의 자세는 이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