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 씌워 윤성여 씨 검거한 경찰 5명 ‘특진’이 32년 만에 취소됐다

By 이서현

무고한 청년이었던 윤성여 씨를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아 검거한 경찰관들의 특진이 취소됐다.

지난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3월 말 심사위원회를 열어 윤씨를 검거해 특진했던 경찰관 5명에 대한 특진 취소를 결정했다.

1989년 순경에서 경장으로 승진했던 3명과 경장에서 경사로 승진했던 2명이 대상이다.

KBS 다큐
KBS 다큐

이 가운데 경찰 현직에 남아 있는 인원은 없다.

3명은 퇴직했고, 2명은 이미 사망했다. 사망한 경찰관 중에는 당시 윤씨 체포의 결정적 근거가 된 체모를 발견한 인물도 포함됐다.

이들에 대한 특진 취소 절차는 지난해 12월 윤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본격화됐다.

경찰청은 본인과 유족에게 특진 취소 관련 사전통지서를 보내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전달했다.

이후 당사자 의견 청취와 윤씨에 대한 불법체포 가담 정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다큐

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특진 취소 선례가 없어서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라며 “노동법상 현직에 있을 때 받은 급여는 근로 대가여서 특진 취소 이상의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의 최종 계급은 그대로 유지되고 특진에 따른 급여 인상분 회수도 이뤄지지 않았다.

윤씨가 범인으로 몰렸던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KBS 다큐

13살 중학생 박 모양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유일하게 이춘재 관련 모방 범죄로 알려졌다.

당시 경기 화성 소재 농기구 수리센터에서 근무하던 22살 윤 씨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경찰은 윤 씨가 담을 넘어 박양을 살해했다고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소아마비로 담을 넘을 수 없다고 항변하는 그를 강압수사를 통해 자백을 받아냈다.

채널A ‘아이콘택트’

윤씨는 결국 무기징역을 받게 됐고, 관련 수사로 경찰관 5명이 승진했다.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2019년 9월 이춘재가 8차 사건의 범인이 본인임을 자백하고 난 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 그는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2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KBS 다큐
KBS 다큐

윤씨는 “돈 없고, 백 없고, 가진 거 없고 무식하고…그래서 찍지 않았을까. 경찰들이”라며 검거 당시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3월, 수원지법은 20년 억울한 옥살이의 대가로 그에게 25억 원의 보상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