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지친 시민들에게 ‘따뜻한 위로’ 건네는 지하철 5호선 기관사

By 이서현

“수능을 앞둔 수험생 여러분 오늘은 여러분들이 3년 동안 학업에서 벗어나는 날이 아니라 사회로 나가는 새 출발의 날입니다. 그동안 노력한 모든 걸 쏟아부으시고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지하철 5호선에 울려 퍼진 안내 방송이다.

생각하지 못한 응원에 수험생뿐 아니라 승객 모두 깜짝 놀랐다.

유튜브 채널 ‘일사에프’

당시 안내방송을 한 이는 5호선 기관사인 양원석(26) 주임이었다.

이날의 에피소드는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고 그도 유명인사가 됐다.

그때 방송을 들었던 승객 중 엄마와 수험생 딸이 그를 직접 찾아와 음료수를 건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24일 유튜브 채널 ‘일사에프’에는 ‘서울지하철 5호선 기관사님 별루..내 마음의 별루’라는 제목으로 그의 소식을 전했다.

유튜브 채널 ‘일사에프’

양주임은 지난 23일 방송된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남다른 안내방송을 시작한 계기를 털어놨다.

기관사가 되려고 준비하던 시절, 그도 다른 지하철에서 우연히 안내 방송을 듣고 많은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나중에 기관사가 된다면 감동을 줄 수 있는 멋진 방송을 해봐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그는 라디오나 기사 등을 참고해 방송 원고를 직접 작성해서 읽는다.

시간과 그날그날의 날씨, 최근의 사건 등도 원고에 반영됐다.

유튜브 채널 ‘일사에프’

“승객 여러분, 간밤에 잠은 잘 주무셨습니까. 피곤하신 몸 이끄시고 아침에 출근하시느라 대단히 고생 많으십니다.”

“비와 함께 승객 여러분의 근심과 걱정도 모두 씻겨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직장에서 학교에서 공부하시느라, 일하시느라 대단히 고생 많으셨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게 편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승객 여러분들께서도 나와 내 이웃을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고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잘 준수하셔서 코로나를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채널 ‘일사에프’

그의 노력은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전달됐고, 승객들은 칭찬 민원으로 보답했다.

그는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올해 ‘최우수 방송왕’에 선정됐다.

2018년에는 칭찬 민원 100건 이상을 받은 기관사와 승무원 모임인 ‘센추리클럽’의 열다섯 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방송 후 이 첫 칭찬 민원에 계속 방송을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출근길 따뜻한 말이 담긴 안내방송 덕분에 어제 품었던 나쁜 감정들을 전부 잊어버릴 수 있어 감사하다.’

유튜브 채널 ‘일사에프’

평소 지하철 5호선을 이용하지만 한 번도 그의 방송을 접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다.

양주임은 “주로 출근 시간대나 퇴근 시간대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편”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리시는 광화문, 여의도, 천호, 군자역에서 방송을 많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