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도둑으로 누명 씌워 왕따시킨 친구가 청첩장을 보냈습니다”

By 윤승화

자신을 도둑으로 누명 씌워 괴롭힌 왕따 가해자가 “너도 꼭!! 와달라”며 청첩장을 보낸다면?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 학창 시절을 망친 친구가 청첩장을 보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사연이 하나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 A씨는 “10년 전 딱 고등학교 2학년 때 저를 도둑으로 몰아가고 학창 시절 자체를 망쳐버린 친구가 있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A씨와 친구는 같은 반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아끼는 CD 한 장이 사물함에서 사라졌다.

반에서 친구와 가장 친했던 사람은 A씨였다. 그러다 보니 친구의 사물함을 가장 많이 연 이도 A씨였고, 그러한 이유로 친구는 A씨가 CD를 훔쳐 간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영화 ‘천 번을 불러도’

A씨는 “반 친구들이 다 보고 있고 다른 반 친구들까지 다 창문 너머로 보고 있는데도 점심시간에 제 책상을 발로 툭툭 건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수업 갈 때나 학교를 나설 때나 밥 먹으러 갈 때도 뒤에 쫓아다니며 CD를 내놓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수업 때 발표를 해도 딴지를 걸고, 제가 넘기는 프린트물은 더럽다며 두 손가락으로 집고, 수업 시간마다 들어오시는 과목 선생님들께 CCTV 설치해달라고 제 얼굴 쳐다보며 얘기하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친구의 일방적인 복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교 전체에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만족을 모르고 남의 것에 탐을 낸다”며 소문을 퍼뜨리고, 일부러 다른 학생들의 눈에 띄게 야간 자율학습 시간을 골라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 괴롭힘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A씨는 끊임없는 친구의 괴롭힘 속에 혼자가 됐다.

수능을 50일 정도 앞뒀던 어느 날에는 친구가 말도 없이 A씨의 집에 찾아오기까지 했다. A씨가 없는 틈을 타 집을 찾은 친구는 문을 열어준 할머니에게 “A랑 친한 사이”라며 들어가 A씨 방을 다 뒤지며 CD를 찾기까지 했다. 물론 CD는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괴롭힘은 계속됐다. 죽자 살자 공부에만 매달려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A씨. 그러나 고등학교 때 시달린 도둑이라는 소문이 대학에도 퍼져 고생했다고 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 영화 ‘천 번을 불러도’

A씨는 “키가 170cm인데 46kg까지 빠진 적도 있다”며 “글로 다 쓰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고통이었고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줄줄 샐 정도”라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친구는? A씨의 친구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떻게든 A씨의 번호를 찾아내서 연락을 취했다.

“동창회 하니까 와~”

“페이스북 차단했네? 다시 친구 추가 걸었어”

“인스타그램도 팔로우 걸었어. 사진마다 좋아요도 누르는 중이야”

“생일이네? 축하해~ 우리 얼굴 봐야 되지 않겠어?”

온라인 커뮤니티

누가 봐도 괴롭힐 목적으로 계속해서 말을 거는 친구에 A씨는 맞서지 못했다. A씨는 “정말 자기가 정답인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부지런하게 목소리를 키우면 저같이 소심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더라”라며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없는 이유까지 타당하게 만들어오니 저를 믿었던 사람들도 서서히 믿음에서 반신반의로 변하더라”라고 했다.

자신이 그냥 친구처럼 살지 않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10년을 참아온 A씨.

A씨는 “그런데 이제는 참을 수가 없다”며 “친구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더라. 쪽지와 함께 제 회사로 보냈다”고 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짧은 메모가 적힌 포스트잇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포스트잇에는 “나 결혼해^.^ 너도 꼭!! 와줬음 좋겠어서 OO한테 물어봐서 보내. 전에 너랑 나랑 안 좋은 일은 있었지만 식장에서 웃으면서 보고 싶다~ 축의금은 필요 없으니까 밥이라도 많이 먹고 가 꼭 오고 ♥ 그때 보자!!”라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청첩장과 쪽지를 보는 순간 그동안 참은 내가 머저리 같을 정도로 화가 난다”며 “어떻게 하면 속 시원하게 이 더러운 관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저도 이렇게 저 자신이 바보 같은데 보시는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본인 자식이고 형제자매라 생각하시고 한 번만 도와달라”며 간곡히 조언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