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휘두르는 취객 제압하다 ‘골절상’ 입혀 ‘200만원’ 벌금 맞은 소방관

By 이서현

“우리는 어느 선까지 대응해야 합니까. 팔만 잡아도 쌍방(폭행)입니다.”

취객을 제압하다 기소된 한 소방관이 지난 23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한 최후 진술이다.

전북 정읍소방서 소속 소방관 A씨(34)는 지난 9월 폭력을 행사하던 취객 B씨(68년생, 사망)를 제압하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당시 A씨와 구급대원들은 전북 정읍시 상동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에 취해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하려는 B(68년생·사망) 씨를 제압했다.

과거 심장혈관과 조영술을 두 차례 받은 적이 있던 B씨는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1시간 거리의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다.

하지만 심전도와 혈압·맥박 등을 측정한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자 구급대원들은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격분한 B씨가 때릴 듯이 위협하자 A씨는 B씨를 주차된 화물차 쪽으로 밀치며 제압했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후, A씨는 B씨에게 발목 골절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평소 지병으로 지난 10월 사망했다.

검찰은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가 직권으로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A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과 A씨 변호인 측은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 변호인은 B씨가 한 위협적인 행동을 언급하며 “어쩔 수 없는 소방관의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검찰은 함께 있던 구급대원 2명이 B씨가 아닌 A씨의 양팔을 잡고 있던 점을 들며 “A씨의 행동이 정도를 지나쳤다는 방증이다.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 행위”라고 봤다.

이어 “바디캠 영상을 보면 A씨가 5차례 ‘피식’ 웃는 소리나 들린다. 이는 유형력을 행사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증거다”라고 덧붙였다.

재판은 23일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자정을 넘긴 새벽 2시 30분에 끝났다.

15시간 넘게 이어진 치열한 공방 끝에 배심원단은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 유죄 평결했다.

재판부도 이를 수용해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를 두고 법조계 의견도 갈렸다.

일부에서는 “매맞는 소방관과 경찰관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당방위의 적정수위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