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주 차량에 하나뿐인 딸을 잃은 대만인 부모의 눈물어린 호소

By 이현주

“더는 딸의 예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음주 운전 사고로 딸을 잃은 대만인 부모가 한국의 음주 운전자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3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엔 ‘횡단보도 보행 중 음주운전자의 사고로 28살 청년이 사망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 청원

청원인은 “28살의 젊고 유망한 청년이 횡단보도 초록색 신호에 맞추어 길을 건너다 음주운전자 차량에 손써볼 겨를도 없이 사망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친구 부모님에 따르면 사연은 안타깝지만 가해자가 ‘음주’인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처벌이 오히려 경감될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고 분노했다.

청원인은 또 “제 절친한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그녀는 한국에 온지 5년이 되어가는 외국인 친구였다”며 “수년간 힘든 타국생활에도 한국에 대한 애정이 그 누구보다 깊었다”고 숨진 친구를 소개하기도 했다.

대만 EBC 뉴스

끝으로 그는 “이미 하늘나라로 간 제 친구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며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음주운전 사고에 단 한 명이라도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국내 한 대학에서 신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쩡이린(28·여)은 지난 6일 교수와 만난 뒤 귀가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딸의 사고 소식을 접한 부모는 한국에 도착해서야 음주운전자 신호위반으로 외동딸이 사망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대만 EBC 뉴스

딸의 시신을 화장해 대만에 돌아온 부모는 현지 언론에 “이기적인 범인으로 인해 그녀의 생명과 우리의 희망을 앗아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매일 딸을 부르고 싶다. 더는 딸의 예쁜 목소리를 들을 수도 딸을 안아볼 수도 없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부모는 딸의 한국 친구를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리게 된 것이다.

해당 국민청원은 26일 오전 기준 13만 명 넘는 누리꾼이 동의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수서경찰서는 “피의자에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죄를 적용해 지난 19일 구속 송치했다”며 “앞으로도 음주운전 사고를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