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실종됐다 빙하 녹아 발견된 부부’

By 이 충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마르셀린 뒤믈랭과 프란시네는 스위스 남서부의 샹드란 일대에 살던 부부였다. 마르셀린은 구두를 만드는 장인이었고, 프란시네는 교사였다.

이들은 5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을 낳아 키웠다. 어느 날 그들은 산에 있는 목초지에 소젖을 짜러 갔다가 사라졌다. 그날은 1942년 8월 15일이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실종으로 모두 위탁가정에 맡겨졌고 불행하게 성장했다.

그로부터 75년이 지났고 막내딸은 79살이 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해 7월 이들의 시신이 빙하속에서 발견됐다. 약 2,615미터의 고도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 ‘Glacier 3000’ 소속 직원이 발견한 것.

스위스 언론 ‘르마탱’ 보도 캡쳐

빙하가 녹으며 발견된 사체는 신분증을 지니고 있었으며 DNA검사까지 거친 결과 75년 전 실종된 부부 마르셀린과 프란시네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명의 시신은 서로 곁에 붙어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시대의 복식을 한 남성과 여성이었죠. 빙하 속이라 시신은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이 갖고 있던 물건들(가방, 물병, 신발, 시계)도 온전한 상태였어요.” 발견한 직원의 말이다.

막내딸 마르셀린 우드리 뒤믈랭(79)은 실종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부모님이 사라졌던 그 날은 어머니가 처음으로 아버지와 일종 나들이를 하시던 날이었어요. 엄마는 7명의 아이를 낳는 동안 항상 임신하고 계셨기에 산을 오를 수 없었거든요.”

Glacier 3000

당시 마을 주민들과 구조 당국이 수색에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이후 7명의 자녀들은 서로 다른 위탁 가정으로 보내졌지만 늘 부모의 행방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4살이었던 이 여성은 “평생 부모님을 찾아다녔는데, 온전한 두 분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라며 부모님 장례식에 검은옷을 입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얀색 옷이 더 좋을 것 같아요. 하얀색은 희망을 내포하는 색이죠. 저는 그동안 부모님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