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대장금’ 높이고 ‘옹정황제의 여인’ 뭉개고(한,중,영)

[www.ntdtv.co.kr 2013-09-21 02:36 AM]

앵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중국 드라마 ‘옹정황제의 여인’이 나쁜 도덕관념을 조장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며, 한국 드라마 ‘대장금’의 강한 인내를 추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함께 보시죠.

기자:
중국 드라마 ‘옹정황제의 여인(원제: 후궁 견환전)’은 2012년 중국, 홍콩, 마카오와 대만에서 큰 인기를 누렸고 해외에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그 유명세가 아시아를 휩쓸었던 한국 드라마 ‘대장금’과 비교할 만한데요. 이 두 드라마는 궁중 암투라는 소재를 다뤘습니다.

‘옹정황제의 여인’은 청나라 궁궐의 참혹한 권력투쟁 속에서 주인공 견환이 더 교활한 재능으로 상대를 물리치고 끝내 황태후 자리에 오른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대장금’의 장금이는 똑같이 음험한 조선의 궁궐에서도 선량함과 인내에 의지해 최초의 여자 어의가 됩니다.

인민일보는 지난 19일 “‘악에는 악으로’가 사회도덕을 타락시킨다”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글에서 ‘옹정황제의 여인’은 시대의 비극이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는데요. “시청자가 견환을 모델로 삼아 악으로 악을 제압하도록 했다”면서, “드라마 속의 냉소주의와 기회주의가 사회의 도덕을 크게 훼손했다”고 공격했습니다.

이 글을 쓴 타오둥펑(陶東風)은 대장금을 높이 칭찬하며, “드라마의 주제는 오직 정의를 지켜야만 끝내 악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더욱 올바른 가치관이라고 썼습니다.

시사평론가 싱톈싱(邢天行)은 이에 대해 “사람은 마땅히 선량하고 인내해야 한다는 걸 일반시민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면서 “현재 공산당 정권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강요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싱톈싱, 시사평론가]
“옹정황제의 여인은 중국이란 땅에서 자란 것입니다. 거기선 중국인은 투쟁해야 하고 악으로 악을 제압해야 한다는, 중국공산당이 주입한 가치관이 깔려 있습니다. 중국 민중은 중국공산당의 폭정과 악행 속에 묻혀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민중더러 대장금처럼 인내하라고 말하는 겁니다. 중국공산당의 부패에 대해 인내하고, 음탕한 관리나 도적 같은 관리들의 억압을 받아도 인내하라는 겁니다.”

싱톈싱은 “그 토양에서 그 꽃이 핀다”며 “두 드라마는 양국의 서로 다른 사회현실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중국 전통문화를 철저히 파괴해, 사람들이 ‘선에는 좋은 결과가 있고(善有善報), 악에는 나쁜 결과가 있음(惡有惡報)’을 모르게 만들었습니다. 대장금을 보면 한국사회는 여전히 유교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그 정화적인 것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싱톈싱]
“이런 드라마는 금상첨화죠. 사회에 유익하고 사회와 조화롭습니다. 대장금 같은 드라마는 중국에서 만들어질 수 없는데, 중국이란 토양이 모든 부분에서 악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공산당이 전통문화를 때려 부순 후 우리의 문화토양은 사막으로 변했습니다. 사막에 가시 돋친 선인장이 자라는 건 필연적인 일이겠지요.”

전 홍콩 ‘연합보’ 문학예술부 편집장인 장청줴(張成覺)은 “얼마 전 들어선 새 지도부는 이런 드라마를 통해 그들 권력투쟁의 내막이 연상되거나 드러나는 걸 꺼린다”고 분석했습니다.

[장청줴, 홍콩 작가]
“중국공산당은 정치나 권력투쟁과 관련된 일에는 아주 예민합니다. ‘여기 은 300냥 안 묻었음’이란 팻말을 세우는 격이죠. 이 드라마는 바로 공산당의 본질을 설명하고 그것이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이 지저분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집권의 합법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큰 불안을 느끼는 겁니다.”

많은 네티즌은 “권모술수, 아귀다툼을 가장 잘하는 곳은 바로 공산당 관료사회다”, “중국공산당 기관지는 드라마 하나에도 난리를 친다. 견환보다 더 음험해 수치스럽다”라고 풍자했습니다.

네티즌 ‘허니 늘 그렇듯’은 “옹정황제의 여인 드라마가 없다고, 소위 ‘악에는 악으로’ 이런 현상이 없어진단 말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시사평론가 싱톈싱은 “사람들에게 대장금 속의 가치를 배우도록 권하는 그 글은 본래 그릇된 것이 없었지만 중국공산당 언론에 실렸기 때문에 대중의 반감을 사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싱톈싱, 시사평론가 ]
“현재 중국공산당의 요구는 비난 받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민중이 깨어났고 중국공산당이 선전하는 말을 더는 믿지 않는다는 걸 설명합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공산당 매체가 하면 사람들은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재 중국공산당 정권은 대중에게서 완전히 거부당하고 있는 겁니다.”

한 네티즌은 ‘옹정황제의 여인’의 명 대사로 인민일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미천한 사람은 억지를 부린다”라는 것. 네티즌 ‘공민백천’은 “재 검토해 봐야 할 건 가치관보다 제도다”라고 지적했습니다.

NTD 뉴스 천한(陳漢)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