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밀 700만t 산다”…무역전쟁 끝내려 트럼프 표밭 구애?

대두 이어 밀까지 수입확대 타진…”무역불균형 해소에 적극적”
팜벨트에 큰 호재…’기술도둑질 의제’ 답보에 美관리들은 시큰둥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일시적으로 멈춘 중국이 미국 농산물 수입에 속도를 붙였다.

중국 관리들은 무역협상의 진전 정도에 따라 미국 밀을 최대 700만t까지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처음에 소량의 미국 밀을 사들이다가 협상이 잘 풀리면 수입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소식통은 무역협상이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수입량이 달라지겠으나 총량이 300만∼700만t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메주콩)의 수입도 현격히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지난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41만6천408t의 대두를 선박 6척에 실어 중국으로 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작년 3월 8일까지 일주일 동안 선박 8척이 대두를 싣고 중국으로 떠난 이후 10개월여 만에 최다로 집계됐다.

대두는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 전쟁에 휘말리면서 그동안 교역이 정체돼 있었다.

중국은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양보 방안의 하나로 미국 농산물 수입확대를 제시했다. 최근 중국 국영기업은 500만t에 달하는 미국산 대두의 구매를 예약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애그리소스의 대표 댄 베이스는 “중국이 약속을 지키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이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초 무역전쟁을 휴전하고 오는 3월 1일까지 협상을 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당시 중국이 미국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수입을 확대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연합뉴스

중국이 농산물 수입확대를 타진하는 원인은 수혜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는 ‘팜벨트'(farmbelt·농장지대)로 불리는 시골의 표심이 큰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해 중국은 무역 전쟁 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타격하려고 대두와 밀 등 농산물을 맞불 관세의 주요 표적으로 삼은 바 있다.

수입확대에 대한 중국의 유화적 제스처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들은 시큰둥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해결이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다른 의제인 이른바 ‘기술 도둑질’ 문제가 사실상 헛바퀴를 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관행에 대한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두고는 협상에 진전이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교섭에 관여하는 미국 관리들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지식재산권 문제를 허술히 다룬 채 무역 불균형 해소만으로 봉합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가의 회의론을 반영하듯 USTR이 이달 30∼31일 장관급 협상을 준비하려고 이번 주 예정된 중국과의 회동 계획을 취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CNBC방송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이를 보도했으나,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회동 계획이 없었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출을 더 늘리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개혁요구는 완화하는 선에서 무역 전쟁을 끝내는 게 타당한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율 관세를 치고받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세계 경제질서의 지축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주목된다. 지구촌은 무역전쟁이 몰고 올 경제적 악영향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1, 2위 대국들의 패권경쟁에 따른 세력재편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에 대한 불만, 중국의 기술발전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경계심과 더불어 본격화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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