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로마, ‘트레비분수’ 동전까지 예산으로…년 19억원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시가 결국 ‘트레비(Trevi) 분수’ 동전까지 시 예산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자 가톨릭 자선단체 등 현지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피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로마 시의회는 오는 4월 1일부터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을 시 예산으로 편입해 문화유적 보수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지난 연말 승인했다.

Marco Di Lauro/Getty Images

이로써 그동안 가톨릭 자선단체인 카리타스에 기부됐던 트레비 분수 동전 소유권이 시 행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매년 트레비 분수에서 거둬지는 동전은 약 150만 유로(약 19억2000만 원)로 추정된다. 카리타스는 기부금을 저소득층 식품 지원, 노숙자 급식소 운영 등에 사용해왔다.

로마 시의회는 2017년에도 이 같은 방안을 추진했으나, 당시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한  단체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다.

이탈리아 주교회가 발행하는 일간지 아베니어는 토요일 1면 기사에서 이 같은 로마시 결정은 “가난한 자들로부터 돈을 빼앗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카리타스를 이끄는 베노니 암바러스 신부는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최종 결정이 아니길 바란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시 의회의 결정에 가톨릭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에게 필수 전통이 된 동전 던지기가 로마시와 가톨릭 간 씁쓸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레비 분수는 건축가 니콜로 살비의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형상화한 설계에 따라 1762년에 제작된 높이 26m의 바로크 양식 건축물이다. 이곳에서 뒤로 돌아서 동전을 한번 던지면 다시 로마에 돌아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연인과의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을 갖고 있어 로마 관광의 필수코스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