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톈안먼 탱크맨’ 사진 소재 홍보영상…중국 당국 ‘화들짝’

By 박 형준 인턴기자

“우리가 볼 수 있도록 눈이 되어준 모든 이들에게 이 영상을 바친다”

톈안먼 사태 30주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서, 당시 한 외신기자가 사태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탱크맨’ 사진을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찍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독일산 카메라 라이카의 홍보 영상으로 배포되어 중국 당국을 발칵 뒤집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베이징의 중심부 톈안먼에서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 중심의 평화 시위대를 중국 공산당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이다. 국제 사회는 당시의 유혈사태에서 최대 만 여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됐을 것으로 가늠하고 있다.

‘톈안먼 사태’는 현재 중국에서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시위 당시의 모습을 담은 자료를 파기하는 데 열을 올려왔으며, 특히 30주기가 되는 올해에는 관련 자료에 대한 보안 및 검열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유튜브 ‘CNN’

지난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유명 카메라 회사인 ‘라이카’ 톈안먼 당시의 ‘탱크맨’ 사진 촬영 에피소드를 자사 홍보 영상에 담아 중국 당국을 당혹케 했다.

‘사냥’이라는 제목의 라이카 홍보 영상에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 ‘전쟁과 갈등의 역사’가 담겨 있다. 카메라맨들이 마치 ‘사냥하듯’ 참혹한 현장의 장면을 담는 과정을 비추고 있다.

5분 남짓한 영상 속에는 ‘1989년의 베이징’을 배경으로 당시 진압군의 탱크 행렬을 맨몸으로 저지하려 한 톈안먼 ‘탱크맨’을 촬영한 AP통신의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를 연상케 하는 화면이 펼쳐진다.

사건 당시 중국 공안들이 몰려와 호텔에 머물던 기자들의 카메라가 모두 압수된 상황에서, 어딘가 숨겨진 카메라를 찾아내  광장 한 가운데를  밀고 들어오는 탱크와 탱크 앞에 홀로 선 한 청년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에 담는 기자의 고군 분투가 메인 에피소드로 흐른다.

영상은 “우리가 볼 수 있도록 눈이 되어준 모든 이들에게 이 영상을 바친다”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유튜브 ‘Yurmin’

중국 당국은 즉시 영상을 차단했으며, 일체의 SNS에서 해당 영상을 검색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중국 당국은 또한 민감한 시기에 터진 악재의 책임을 라이카 측에 묻고 있다.

중국 당국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라이카 측은 “회사에서 공식 승인한 영상이 아니다. 외부와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며 곧바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라이카는 2016년부터 중국 거대 통신기업 화웨이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공급하고 있다.

유튜브 ‘MPエムピー’

중국 네티즌들은 ‘라이카는 중국의 애국적인 기업 화웨이와 협업할 자격이 없다’, ‘라이카의 영상은 중국의 30년을 온전히 담아냈다. 보면서 눈물이 났다’ 등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이 소식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은 ‘중국 진짜 무서운 나라네’, ‘숨 막혀서 살겠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