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속도로 의인이라고요? 가족들은 무덤덤하던데요.”

By 허민 기자

지난 주말 제2서해안고속도로에서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다. SUV 차량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쭉 긁으면서 달리고 있었던 것. 그대로 두면 영락없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세단 차량 한 대가 나타나 문제의 SUV를 앞질러갔다. 그리고는 일부러 자신의 차량과 추돌사고를 내 문제의 SUV 차량을 멈춰 세웠다.

이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지난 주말부터 내내 화제가 되고 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고속도로의 의인’으로 알려진 한영탁 씨를 찾아 인터뷰를 나눴다.

한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앞차들이 다들 차를 피해서 가고 있길래 저도 지나가면서 운전자를 봤는데 운전자가 핸들이 아닌 조수석 옆쪽으로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 상황을 보면 보통 피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데 직접 부딪힌 이유에 대해서 한 씨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사람이 쓰러져 있으니까 우선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지를 시켜놓고 상황을 봐야 되니까, 사람 상태가 어떤지. 그 생각으로 우선 막고 선 거죠.”

세단 차량으로 상당히 묵직한 차량으로 SUV를 세우면 충격이 상당할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냐는 질문에 그는 마찬가지로 답변했다.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아예. 우선은 저 차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만.”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 저대로 달리면 저 차도 큰일 나고 또 추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만 했다는 것이다.

긴급했던 당시 상황(인천경찰청)

차를 세우고 당시 운전자로 달려간 한 씨는 처음에 문을 열지 못했다.

“문이 잠겨 있어서 열지 못했어요. 그랬더니 어떤 남자 분께서 망치를 갖다주신 걸로 기억해요. 그래서 그 망치로 유리창을 깨고 차 안으로 들어갔죠.”

하지만 운전자는 의식을 잃은 채로 계속 엑셀레이터를 계속 밟고 있었다. 실제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것.

“그래서 기어를 먼저 빼고 시동부터 끄고 그리고 나서 흔들어서 ‘선생님, 선생님 괜찮으세요.’ 그랬더니 눈을 살짝 뜨시는데 눈이 풀려 있는 눈 있잖아요.”

당시 운전자는 음주 운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 씨는 주변에 119 신고를 부탁하고 의식을 차릴 수 있도록 운전자의 몸을 주물러줬다고 한다.

“‘선생님, 선생님 일어나세요.’ 그러면서 주물러드리고. 제가 한 건 그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한 씨의 겸손함은 계속됐다. 그는 실제로 CBS의 인터뷰 섭외 전화에도 계속 고사하다가 겨우 설득해 나왔다고 한다.

“모르겠습니다, 장한 일을 한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어요.”

한씨는 세 자녀의 아빠로 알려졌다.  한씨는 자녀들과 아내가 평소와 별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모두들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대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아빠가 그러셨어요? 나 봤어요’하고 그냥 그러고 말던데요.” “집사람도 평소 하던 대로 똑같아요.”

김현정 앵커는 “가족 분위기가 이러니까 망설임 없이 가서 또 그런 일을 하셨을 것”이라며 “그 아버지에 그 자녀, (그 남편에) 그 아내”라고 추켜세웠다.

“그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한 씨의 답변에 김 앵커는 “그 말씀이 더 울컥하고 감동적”이라며 “다 하는 게 아닌 세상이 됐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씁쓸한 건데요. 이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