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 5분전’은 멍멍이와 관계없어요

By 이 충민

정신없고 엉망진창인 상황을 ‘개판 5분 전’이라고 말한다. 유독 개를 활용한 욕설이 많으니 이 역시 개를 활용한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개판 5분 전’의 개판은 ‘개’와 조금도 관련이 없다. 사실 이 말의 뿌리는 우리의 아픈 상처인 6.25전쟁과 관련이 있다.

당시 각지에서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몰려왔다. 멀쩡한 날에도 밥을 굶는 이가 허다한 시절인데 전쟁 통이니 오죽했을까.

그래서 굶주린 이들을 위해 무료 배식을 하곤 했는데, 시계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던 때라 배식하는 사람들이 밥을 나눠주기 전에 ‘개판 5분전, 개판 5분전…’하고 외쳤다고 한다.

개판오분전(開飯五分前), 즉 ‘솥단지 위의 나무판을 열기 5분 전’이라는 소리다. 그 소리가 울리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아수라장을 이뤘다고 한다.

피난길에 지친 한가족이 연합군이 배급한 급식으로 허기를 메우는 모습(맨스필드연구소)
줄지어 우유배식을 기다리는 아이들(국립대구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