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코딩 배워 ‘애플 장학생’ 선발된 건국대생

이재성씨, AR 활용 응급처치 교육프로그램 제작…”실리콘밸리 진출이 꿈”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 참석…1년간 ‘애플 개발자 클럽’ 지원 혜택

“제가 직접 만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는데 이번에 목표를 이뤘네요.”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재성(23)씨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응급처치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애플 세계 개발자 콘퍼런스(WWDC) ‘올해의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씨의 프로그램 ‘Learning CPR in AR/3D’는 사용자들이 3차원(3D) 영상으로 다양한 위치와 각도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배울 수 있게 제작됐다. 각 동작에 대한 설명은 음성으로 흘러나온다.

각국에서 뽑힌 장학생 350명은 오는 6월 열리는 WWDC에 애플의 지원을 받아 참가한다. 1년간 ‘애플 개발자 클럽’ 회원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필요한 각종 지원도 받는다.

이재성씨가 만든 CPR 교육 프로그램 /이재성씨 제공

이씨는 20일 “프로그래밍을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오래 공부해온 것은 아니다”라며 “애플에서 만든 문서나 해외 프로그래머들의 온라인 강연 등을 보면서 독학했다”고 말했다.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코딩의 기본기부터 배우려니 쉽지는 않았지만, 목표를 갖고 잠을 줄여가며 제작에 몰두했다.

이씨가 코딩에 입문한 계기는 게임을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직접 게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실제로 처음 코딩을 배운 뒤 여자친구를 위해 플래시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코딩에 점차 흥미를 느낄 때쯤 애플에서 매년 WWDC 장학생을 선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뚜렷한 목표의식이 생겼다.

건국대생 이재성씨 /본인 제공=연합뉴스

“매일 등교하면서 지하철에서 정보기술(IT)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는데, WWDC 장학생 제도에 관한 기사를 봤어요. 그래서 ‘한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씨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AR 기술에 관심이 있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점에 착안해 AR 기술로 CPR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6월 3일부터 7일까지 미국 새너제이 매키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애플 WWDC는 IT업계에서 중요한 연례행사로 여겨진다. 애플은 매년 이 행사에서 자사 운영체제 iOS의 차기 버전을 예고하고 맥 OS, 워치 OS, TV OS의 업그레이드를 알려왔다.

이씨는 “전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여러 개발자와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흔한 기회가 아닌 만큼 각종 세션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2017년 애플 WWDC /EPA=연합뉴스

개발자클럽 회원으로 앱 개발 기회를 얻게 된 만큼 다른 프로그램 개발에도 몰두할 계획이다. 이씨는 “앞으로 어떤 앱을 만들지 생각을 많이 한다”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반려견 같은 앱을 증강현실을 이용해 만들면 어떨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학생 혜택을 받는 짧은 기간이 제 꿈을 향한 튼튼한 징검다리가 돼줄 거라 믿는다”며 “이 기간이 끝난 뒤에도 실리콘밸리에 가기 위한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