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 전공 ‘촉’이 뺑소니범 잡았다

By 이 충민

지난 10일 저녁. 충남 천안시 한 공터에서 수상한 차 한 대가 회사원 박모(23) 씨의 눈에 들어왔다.

SM5 승용차는 범퍼가 찌그러졌고, 조수석 유리창은 크게 깨져있었다.

고등학교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던 박씨는 이 차량이 뺑소니 차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차량은 서 있는 사람을 뒤에서 들이받았을 것이다.

사람이 보닛 위로 올라타면서 보닛이 찌그러졌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이어 차량이 앞으로 가면서 사람의 등이나 머리가 조수석에 부딪쳐 유리가 깨지는 상황이 그려졌다.

일반적인 사고를 당했다면, 바로 보험처리를 했거나 견인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차량이 크게 파손됐는데도 공터에 세워져 있는 점도 수상했다.

박씨는 즉시 112 신고를 했다.

“공터에 사람을 친 뺑소니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는 경찰은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날 새벽, 차량이 발견된 공터와 1.5㎞ 떨어진 천안시 한 도로에서 60대 남성을 들이받은 뒤 달아나 경찰이 뒤를 쫓던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용의자를 쫓기 위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했으나, 너무 어두워 번호판이 안 보였다.

수사 중 결정적인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경찰은 차량 주인이자 운전자인 A(24)씨를 붙잡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떤 물체와 부딪친 것 같았지만 사람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 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박씨에게 경찰서장 표창과 신고보상금을 지급했다.

박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뺑소니 차량으로 의심돼 당연히 신고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