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인 줄 알았어요…” 설치미술작품 버린 청소부들

By 이 충민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보첸 볼차노(Bozen-Bolzano) 미술관의 청소부는 어느 날 미술관이 심하게 어질러 있는 모습을 보았다.

파티의 잔해물 같이 보이는 유리병과 종잇조각이 전시관 바닥에 마구 널려 있었다.

전날 미술관에서 파티가 열렸다는 소식을 들은 청소부는 파티 참가자들이 너무 매너 없다고 생각하고는 깨끗이 치우기 시작했다. 유리병과 종잇조각은 따로 분리해 재활용함에 잘 넣었다.

Museion Bozen-Bolzano

그런데 다음 날 미술관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청소부가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유리병과 종잇조각은 파티 참가자들이 버린 것이 아닌 ‘오늘 저녁 우리는 어디로 춤을 추러 가야하지?’라는 제목의 설치미술 작품이었던 것.

이 작품은 골드슈미츠&치아리(Goldschmied & Chiar)가 샴페인 병과 미러볼, 색종이 조각 등으로 이탈리아 데카당스를 표현한 설치예술품이었다고 한다. 데카당스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돼 전역으로 전파된 퇴폐적인 경향을 뜻한다.

어쩔 수 없이 미술관 측은 쓰레기 통에 버려진 이 작품들을 다시 가져와 “곧 작품이 복구됩니다”라는 사과문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작품이 들어간 쓰레기통과 붙여진 사과문(Museion Bozen-Bolzano)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이 미술관은 이전에도 비슷한 문제를 겪어 청소부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2004년에는 영국 런던 테이트갤러리의 청소부가 독일 출신 공산주의자 예술가 구스타프 메츠거의 작품을 쓰레기인 줄 알고 치워버리는 일이 있었다.

당시 이 작품은 쭈글쭈글한 종이와 부서진 상자로 가득 찬 비닐가방이었고 청소부는 이 쓰레기 같은 물건을 집어다 분쇄기에 집어 넣어버렸다.

결국 이 작품은 복구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로 간주돼 버리진 구스타프 메츠거의 작품(런던 테이트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