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을까…” 서양 식사 예절 한 방에 정리

By 정 용준 번역기자

한국의 기업인들이 해외영업을 할 때 교육자료로 자주 활용되는 일화가 있다.

자동차 부품 유통의 활로를 넓히던 한국인 영업사원 두 명이 미국에서 회사 사상 최고 액수의 계약을 따냈다.

그들은 너무나 기뻤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끝나는 상황을 앞두고 그들은 미국 현지에서 미국인 사장의 집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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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힘든 영업은 끝났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밥이나 먹자’는 생각으로 15분 일찍 사장 집에 도착했다.

사장과 아내가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직 식사가 준비되지 않아 그들은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10분 뒤 식사가 나왔다.

후추를 좋아하던 그들 중 한 명은 자신의 습관대로 사장 앞에 놓여 있던 후추통에 손을 뻗어 자기 앞에 놓인 크림스프에 후추를 쳤다.

그러고는 “와, 스프가 정말 맛있네요!”라고 사장의 아내를 보며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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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왜인지 그의 칭찬을 들은 사장의 아내는 표정이 밝지 못했다.

‘내가 너무 오버하면서 칭찬을 해서 부끄러운가’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인 사장도 덩달아 말수가 적어졌다.

두 시간으로 예정돼 있던 저녁식사는 30분 만에 끝났다. 디저트도 커피도 맛보지 못한 채 그들은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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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미국인 사장에게서 이메일이 한 통 왔다. “이번 계약은 없던 것으로 합시다. 이유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

한국인 영업사원들 그들도 이유를 몰랐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화가 난 그들의 사장은 저녁식사에 초대받았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주 세세하게 한 순간도 빠짐없이 시말서를 쓰라고 명령했다.

완성된 시말서를 본 사장은 그들을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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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두 명은 무슨 실수를 했던 것일까.

첫째, 그들은 너무 일찍 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을 잘 지키려는 노력은 좋았지만 너무 일찍 도착해서 식사를 준비하던 미국인 부부를 불편하게 했다.

둘째, 그들은 사장의 아내가 정성스럽게 마련한 스프의 맛을 보지도 않고 후추를 쳐서 그들을 ‘모욕’했다.  집이든 식당이든 갓 나온 음식을 맛보지도 않고 소금이나 후추를 치는 것은 음식을 만든 사람에 대해 큰 결례다.

이처럼 서양에서는 ‘테이블 매너’를 중시한다. 미국인 부부는 기본적인 테이블 매너조차 모르는 그들과 사업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 없었던 것이다.

‘좌빵우물’ 외에 알아야 할 서양 식사 예절이 많기에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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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지 않는다.

만국공통인 이는 서양에서도 금기다. 스푼·나이프 등 식기 부딪히는 소리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2. 멀리 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손을 뻗지 말고 가까운 사람에게 그릇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한다.

테이블은 엄연히 각자의 공간이 구분돼 있다. 남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결례다.

3. 생선의 한 면을 먹은 후 뒤집지 않고 뼈를 들어낸 후 반대편의 살을 먹는다.

옛날 뱃사람들은 미신에 약했는데 생선을 뒤집는 것은 배가 뒤집히는 것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이런 예절이 생긴 것이라 보는 견해가 많다.

중국에도 같은 룰이 있는데, 생선을 뒤집으면 복이 달아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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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음식을 남기지 않는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먹지도 못할 음식을 많이 담는 것은 무절제와 탐욕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에서 음식을 남기는 행위는 “당신이 만든 음식이 너무 맛없어서 먹을 수 없다”는 뜻으로 여겨져 매우 큰 결례로 통한다.

5. 빵은 손으로 뜯어서 먹는다.

입으로 베어물면 안 된다.

6. 스푼으로 스프를 떠먹을 때는 접시를 바깥쪽으로 눕힌다.

영국에서 유래한 식사 예절로 선원들이 배가 갑자기 흔들려도 몸쪽으로 국물이 튀지 않게 하던 관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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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식사를 잠시 멈출 때는 수저와 포크 등을 ‘ㅅ’자 모양으로 두며 다 먹었을 때는 4시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아둔다.

양식당에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웨이터를 헷갈리게 할 수 있다.

8. 유럽에서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나이프로 조금씩 잘라서 먹는다.

미국에서는 미리 다 잘라두고 포크로만 먹어도 괜찮다.

9. 나이프 끝을 상대편으로 향하게 하지 않는다.

나이프나 포크를 위로 향하게 드는 것도 결례다.

영화 <고잉 더 디스턴스> 스틸컷

10. 식당 종업원을 부를 때는 한 손을 살짝 들고 눈을 마주친다.

한국에서처럼 “여기요, 저기요, 사장님, 언니”라고 외치면 안 된다.

특히 손가락을 “딱” 튕기거나 휘파람을 부는 것은 과거에 신분제도가 있을 때 주인이 하인을 부르던 방법이기 때문에 현대의 웨이터들에게는 아주 모욕적인 행위다.

11. 좌빵우물, 포크와 나이프는 바깥쪽에 있는 것을 먼저 쓴다.

빵이 자신의 왼쪽에 있는 이유는 오른손에 버터나이프를 들고 버터를 발라야 하기 때문이다.

12. 가정집에 초대를 받았을 경우에는 음식이 새로 나올 때마다 맛을 칭찬해주는 것이 예의다.

단순하게 맛있다고 한마디 말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맛있는지 말해주는 것이 좋다. 순발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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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와인을 직접 따라서 마시면 안 된다.

웨이터가 와인을 따라줄 때는 잔을 들지 말아야 한다.

14. 더치페이가 기본이다.

사전 약속 없이 모든 식사비를 지불하는 것은 오만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15. 외식할 때는 웨이터에게 팁을 준다.

식사비의 10~20% 정도가 적당하다.

팁을 주지 않는 것은 서빙 종업원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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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서양의 식사 예절을 살펴봤다.

이 예절들은 서양의 일반적인 식사 예절로써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옷을 입는 데 ‘드레스 코드’가 있듯이 밥을 먹을 때는 ‘테이블 매너’가 있다.

서양에서는 왜 이렇게 까다로운 식사 예절이 생겨났을까.

예로부터 식사는 사람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신성한 행위로 간주돼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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