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전 생명의 은인 보자마자 발등에 ‘입맞춤’한 노인

By 이 충민

미국 캘리포니아 헌팅턴 비치에서 두 노인의 감동적인 만남이 온라인에서 지속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한 노인은 거동조차 힘든 또다른 노인에게 거수 경례로 예의를 표했고 손등에 입을 맞춘 후 다시 엎드려서 그의 발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너무나 당신을 사랑합니다.”(I love you, I love you so much)

이들의 인연은 무려 70여년 전인 지난 1945년 4월 29일에 시작됐다.

당시 조슈아 카프만(89)은 뮌헨 인근에 위치한 나치 독일의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수감돼 있었다.

이곳은 나치가 독일에 최초로 개설한 강제수용소로 유대인 출신이었던 카프만은 사실상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였다.

조슈아 카프만

매일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던 카프만은 당시 전세가 불리해진 나치가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을 학살하기 시작하자 급히 화장실 웅덩이로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숨 죽이고 숨어 있던 카프만은 갑자기 크게 놀랐다. 누군가 화장실 문을 부수면서 안으로 뛰어들었던 것.

이제는 죽었구나 라고  삶을 포기하려던 찰나, 그는 뛰어든 군인이 독일군이 아닌 미군임을 발견했다. 당시 그 미군은 그에게 생명이자 빛과 같았다.

카프만에게 처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바로 미군 제42보병사단 기관총 사수였던 다니엘 길레스피(91)였다.

이후 카프만은 자신을 구해준 길레스피에 대한 기억을 평생 잊지 못했다.

다니엘 길레스피

이들의 인연은 무려 70년이 지난 2015년에 다시 이뤄졌다. 독일의 다큐 프로그램 ‘히스토리 채널’ 취재 과정에서 서로의 존재가 확인된 것.

헌팅턴 비치에서 만난 이들은 결국 미국 만나자마자 서로를 얼싸안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진 카프만은 이후 이스라엘에서 군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이민 와 정착했다. 길레스피 역시 무사히 제대한 이후 8명의 자식을 둔 대가족을 이뤘으며 세일즈맨으로도 성공했다.

놀라운 사실은 두 사람이 자동차로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거리에서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카프만은 “내 생애 마지막 숙제를 한 기분”이라면서 “길레스피를 보니 과거 가족 대부분을 잃었던 슬픈 기억이 떠오른다”고 털어놨다.

그는 길레스피와 자신의 나이를 돌아보며 “안타깝지만 우리 두 사람은 아마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History Channel Germ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