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관찰해 ‘난치병’ 고쳤던 옛 명의들

By 허민 기자

중국 고대 의사들은 현대 서양과학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만약 현대과학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한의학 이론이 황당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의학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많은 난치병도 치료할 수 있음 역시 분명하다.

일부 사람들은 한의학의 처방, 치료법이 모두 오랜 세월 중에 무수한 실패를 통해 얻은 ‘우연한 경험’이라고 여긴다. 사실 이런 식의 사고는 현대과학에 사로잡혀 고대의학의 진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대 명의들의 치료기록을 살펴보면 이들이 어떻게 사물을 관찰하고 ‘격물치지’했는지 엿볼 수 있다.

달을 감상하다가 깨달은 의학의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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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주신재(周愼齋)는 안휘성에 살았던 명의다. 그는 중년 시절 배가 그득하고 답답한 중만(中滿)이란 병에 걸려 명의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많은 처방을 써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밤 주신재가 겨우 기운을 내 뜰에서 달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먹구름이 달을 가리자 그는 곧 가슴 역시 답답해짐을 느꼈다. 잠시 후 시원한 바람이 서서히 불어와 구름이 걷히고 밝은 달이 드러나자 가슴부위가 다시 편해졌다.

그는 문득 크게 깨달았다. ‘구름은 음(陰)에 속하고 바람은 양(陽)에 속하니 양기(陽氣)가 잘 퍼지면 음운(陰雲)이 사라지는구나. 내 병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이에 그는 스스로 위장을 맑게 하는 화중환(和中丸)이란 처방을 만들어 양기를 통하게 하자 한 달만에 병이 나았다.

식물을 관찰해 약의 쓰임을 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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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의 명의 범문보(範文甫)는 일찍이 황(黃)씨 성을 가진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는데 그는 불면증이 있어 온갖 약을 써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런데 범문보가 백합과 자소엽이 들어간 처방을 쓰자 3일 만에 편안해졌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이 처방이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어느 책에 나옵니까?” 그러자 범문보는 “내가 일찍이 관찰해보니 백합꽃은 아침에 폈다 저녁에 지고 자소엽은 아침에는 잎이 위를 향하고 저녁에는 아래로 늘어졌습니다. 이 뜻을 취해 사용했을 뿐입니다.”

의자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질병의 원인을 깨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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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때의 명의 양분형(楊賁亨)은 늘 배가 고프고 허기진 환자를 치료한 적이 있다. 이 환자는 여러 명의 의사를 거쳤지만 아무도 치료하지 못했다. 대부분 이런 소갈증 환자에게는 화기(火氣)가 지나치다고 보고 차고 시원한 약을 쓰는데 그는 전혀 낫지 않았다.

양분형도 치료를 맡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 처방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문득 집안에 있던 나무의자가 저절로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습기 때문에 나무가 부식된 것이다.

양분형은 문득 화(火)가 사물을 없앨 수 있지만 수(水) 역시 사물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습기로 인해 발생한 당뇨의 일종인 습소(濕消)라 판단하고 습기를 제거하는 뜨거운 약을 쓰자 병이 나았다.

배 위에서 의학의 도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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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청나라 최고 명의로 알려진 섭천사(葉天士)가 배를 타고 왕진을 가고 있었다. 그가 탄 배가 마침 새롭게 오동나무 기름인 오동유로 칠을 해 눈부시게 반짝였다. 초가을을 맞아 물 위로 바람이 불어오자 정신까지 상쾌해졌다.

이때 문득 강가에서 어떤 사람이 배를 향해 소리쳤다. “오동유를 새로 칠했으니 마름이 심어진 연못에는 가지 마시오!” 즉, 마름이 오동유를 만나면 말라 죽기 때문에 피해가라는 뜻이었다. 섭천사는 생각했다. ‘오동유가 마름과 상극이 되는구나.’

나중에 어떤 부인이 아이를 안고 진료를 청했다. 상한 음식을 먹은 후 병이 생겼는데 이미 3명의 의사가 치료를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섭천사가 진찰해보니 식적(食積)이 분명했지만 일반적인 식적과는 증세가 달랐다. 이에 자세히 물어보니 마름을 과식한 후 이런 증상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자 섭천사는 전에 배 위에서 겪었던 일을 상기하고는 곧 체기를 내리는 처방에 오동유를 더하자 병이 금세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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