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이나 코카콜라와 싸워온 남자’

By 이 충민

‘가을대추’ ‘아침햇살’ ‘초록매실’ ‘하늘보리’ ‘자연은’..

이 같은 정겨운 이름의 우리 음료들을 무기로 23년이나 코카콜라와 싸워온 남자가 있다.

바로 ‘히트상품 제조기’ ‘음료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하이트진로음료의 조운호 대표다.

웅진그룹 기획조정실 재직 시절 성과를 인정받아 38세 때 부장에서 바로 사장으로, 업계 최연소 대표까지 됐다.

사내에서도 가장 먼저 출근하고 퇴근은 칼같이 지킨다. 퇴근 후에도 수십년째 영어, 철학, 국악, 연극, 108배 등을 배우며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조운호 대표의 생각은 단순하다. 코카콜라를 이겨보겠다는 것.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커피, 콜라, 주스 등 외국 음료가 판치는 마당에 ‘우리 것’은 왜 없을까라는 역발상으로 시작했다”며 “결코 쉽지 않았다. 쌀음료(아침햇살)를 출시하겠다고 할 때는 ‘회사 말아먹을 놈’이란 소리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맛좀 보세요”라며 임원에게 건넨 아침햇살 샘플은 바닥에 내팽개쳐 졌지만 그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뉴시스

조 대표가 토종 음료에 빠지게 된 건 젊은 날부터 이어온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이십대 초반에 그는 우연히 경기 용인민속촌에 놀러왔다가 풍물패를 목격하고 장구, 꽹과리 등 전통 악기를 신명나게 치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온몸을 내던지는 듯한 풍물패의 노인들은 힘든 기색은커녕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고 회상하며 “그 길로 풍물을 배우고 첫 직장이었던 은행 안에 풍물놀이패 동호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후 우리 전통,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싹트면서 역사와 문화 관련 도서를 탐독하는 등 인문학 공부에도 매진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로 자리를 옮겨 처음 출시한 ‘블랙보리’도 이러한 전통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개발됐다.

“블랙보리는 국내 최초 100% 국내산 검정보리를 이용, 잡미와 쓴맛을 최소화하고 보리의 진한 맛을 살린 음료입니다. 노슈거, 노카페인이라는 점도 글로벌 트렌드와 맞아 떨어집니다.”

출시 7개월만에 판매량 2000만병을 돌파하고 연간 매출 300억원의 고지를 넘어 400억원치를 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리차 음료시장에서 경쟁하는 블랙보리와 하늘보리는 모두 조 대표의 작품이다.(하이트진로음료/웅진식품)

그는 헤럴드경제를 통해 요즘 젊은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어릴 적부터 뭐든 안된다 생각한 적이 없어요. 글쎄, 왜 그런지 나도 이상해요. 그런데 정말 좌절하지 않고 상황을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는데 세상이 알아주더라고요. 우리 젊은이들 헬조선이라며 희망을 잃은 것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이 완전히 좋았던 시절은 없었어요. 현실을 수용하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길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