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전 자신이 쓴 한글쪽지 간직해온 입양인

By 허민 기자

1986년 6월 11일 고아원에 살던 9살 정성수 어린이는 파리행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프랑스의 한 가정에 입양이 결정된 직후였다.

당시 한 승무원이 ‘뭐라도 적어 보렴’이라며 넘겨준 쪽지에 아이는 이렇게 적었다.

“정성수 9살이예요. 광덕국민학교 2학년 12반 15번.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다시 한국에 오겠습니다.”

이 어린이는 이후 프랑스인 양부모로부터 마티아스 푸코라는 이름을 얻었고, 프랑스어를 익히면서 한국어는 숫자와 단어 몇 개 빼고 모두 잊어버렸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쓴 쪽지는 32년간 고이 보관해왔다.

현재 프랑스 중부 도시 디종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랑그르에 사는 40세의 푸코씨는 최근 노선주 디종한글학교 교장을 알게 됐다. 한글을 잊어버린 그는 노 교장에게 쪽지를 보여주며 자신이 어릴 때 쓴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chosun.com 캡처

푸코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쪽지 내용을 전해들은 순간 말로 표현 못할 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남아있다는 걸 느끼곤 놀랐습니다.”

그는 고아원에서 지내다 입양됐다는 것만 기억할 뿐 가족의 이름이나 살던 곳을 기억 못한다.

“두 번 버려졌어요. 가난을 못 이겼던 걸로 알아요. 할머니가 고아원에 보냈다가 어머니가 집으로 데려왔는데, 어머니가 다시 고아원에 맡긴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여동생이 있었던 것 같아요.”

1986년 당시 광덕국민학교가 어디인지도 그는 모른다. 현재 전국에 광덕초등학교는 광명, 안산, 안성, 천안, 화천 등 5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물리치료 전문 간호사로 열심히 일하며 열 살 난 아들 에반을 키우는 푸코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프랑스인으로 살아왔지만 항상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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