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아내 도착할 때까지 마지막 힘 다해 심장이 뛰던 중환자 남편

By 김연진

“그것은 그의 마지막 사랑의 메시지이자 작별 인사였다”

눈앞에서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 의사는, 이 환자를 통해 사랑의 힘을 몸소 느꼈노라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했다.

의사는 오래전 경남 진주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의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의사는 공사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해 머리를 다쳐 응급실에 실려 온 26살의 젊은 환자를 보게 됐다.

얼굴과 머리를 심하게 다쳐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환자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의료진은 서둘러 응급 치료를 했지만 사실상 가망이 없는 지경이었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였던 그 환자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의사는 착잡한 심경으로 그 환자를 묵묵히 바라봤다고 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러고는 환자의 가족들에게 다가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임종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미 26살 젊은 청년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의사는 “심전도 파동이 멈추면 곧바로 영안실로 옮겨라”고 간호사에게 일러두었다.

그런데 의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까지 그 환자의 심장이 뛰고 있었던 것이다. 매일 전장의 야전 병원처럼 치열한 삶과 죽음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중환자실에서, 그 환자만 고요히 심장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치열하게 죽음과 싸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대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는 납득할 수 없었다.

의사의 설명으로는, 그런 상태의 환자가 며칠, 아니 몇 시간을 버틴 사례를 본 적이 없었다. 사경을 헤매고 있던 환자에게는 삶의 기척이 없었다고 여겼다.

환자의 몸에서 아직 영혼이 떠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세상을 떠나지 못할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라고 의사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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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갑자기 한 젊은 여인이 중환자실로 들어와 그 환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하얗게 질린 얼굴로 환자를 바라보던 여인이었다.

의사는 여인을 위해 자리를 비켜줬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그 때, 놀라운 일이 또 한번 벌어졌다. 그 여인이 환자에게 다가가는 순간, 환자의 심장이 멈춘 것이다. 미약하게나마 뛰던 그의 심장이 바로 그때 멈췄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의사는 환자의 다른 가족들에게 그 여인이 누군지 물어봤다. 그 여인은 환자의 아내였다.

결혼한 지 3개월된, 배 속에 아기를 품고 있는 아내였던 것이다. 그 순간 의사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감정의 파도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환자의 아내에게 다가가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환자는 당신과 배 속의 아기를 만나기 위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며 버텨왔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이어 의사는 “그것이 당신과 아기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이자 사랑의 작별 인사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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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계기로 의사는 사랑과 영혼의 무거움과 그 가치를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종종 자신의 후배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위 글은 ‘어느 의사가 말하는 감동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실화를 재구성한 글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감동적이며 극적인 사연으로 유명해지면서 지금도 온라인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