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지만”…몸에 폭탄 박힌 부상병 구한 군의관

By 이 충민

“모두 나가!(Everybody get out!)”

이는 아프가니스탄 미 육군 야전병원에 실려온 채닝 모스(Channing Moss) 일병의 부상 부위를 보자마자 당시 소령이었던 존 오(John Oh) 군의관이 외친 말이다.

모스 일병의 왼쪽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는 밖으로 추진날개가 붙어있는 로켓 탄두가 삐죽 나와 있었다. 오 소령은 순간 폭탄이 터지지 않고 모스 일병 몸 안에 박혀있다는 것을 감지하고는 병실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모두 나가라고 소리친 것.

Military Times video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그가 헬리콥터에 실려왔는데 폭탄이 몸에 박혀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오 소령은 즉시 폭탄처리반에 연락했고 이윽고 도착한 폭탄처리반은 모스 일병 몸안에 박혀있는 폭탄은 주로 탱크를 공격하는데 사용되는 로켓추진수류탄(RPG)으로 병실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모스 일병은 이날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역을 정찰하다 매복해 있던 탈레반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당시 험비 사격수로 상반신을 내놓고 선 채로 있었는데 탈레반이 발사한 로케추진수류탄이 앞유리창을 깨고 들어와 그의 허벅지에 박힌 것.

X레이 촬영 사진(Military Times video)

오 소령은 모스 일병 몸 안에 폭파하지 않은 로케추진수류탄이 박혀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육군 규정이 떠올랐다. 규정은 폭탄이 몸에 박힌 군인은 더 큰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병실에서 멀리 떨어진 벙커 등에 두고 사실상 죽게 내버려 두도록 하고 있다.

“그 때는 그 규정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절 보고 말하고 있고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서웠어요, 두려웠죠. 그 감정이 먼저 저를 잡아먹었어요. 제 인생 중 이렇게 겁이 났던 적은 처음이었을 갑니다. 하지만 그 병사를 본 순간 다짐했어요. 절대로 그를 죽게 둘 수 없어, 절대로, 절대로 죽게 두어선 안 돼 라고요.”

야전병원 책임자인 오 소령은 다른 군의관과 의무병들을 모아놓고 폭탄제거 수술에 참여할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규정을 어기고 수술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사람을 모은 것이다. 다른 군의관 1명과 의무병 2명이 손을 들었다. 오 소령은 이들에게 헬멧과 방탄조끼를 입고 수술실에 들어오도록 했다.

수술은 오 소령의 인도하에 의무병들과 폭탄 처리반의 댄 브라운 중사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수술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의무병들은 수술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모여 수술 중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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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중사가 톱으로 튀어나온 로케추진수류탄 꼬리 부분을 잘라내자 오 소령은 메스로 부상 부위를 절개했고 본격적인 폭탄제거 수술이 시작됐다.

로케추진수류탄은 모스 일병의 왼쪽 골반을 부서뜨리고 장기를 심하게 손상시킨 채 박혀있었다. 수술팀과 브라운 중사의 긴밀한 협조로 골반 뼈에 끼어있던 로케추진수류탄 몸체는 수술이 시작된 후 2시간 만에 빠져나왔다.

브라운 중사는 모스 일병의 몸에서 빼낸 로케추진수류탄을 들고 안전 벙커로 가져가 폭파시켰다.

Military Times

그는 “폭파시킨 후 다리에 힘이 풀리며 털썩 주저않았습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마침내 해냈다. 우리가 생명을 구했다는 생각에 감격했습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 소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술을 마치고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술실 문으로 다시 걸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 기뻤습니다”

모스 일병은 며칠 후 실신 상태에서 깨어난 후 놀라움을 금치 못해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가 살아있어?”

그 뒤 미국으로 후송되어 아내와 두 딸과 감격적인 상봉을 한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박힌 나를 살리기 위해 병원까지 후송한 파일럿, 수술해준 오 소령 등 많은 사람이 생명의 은인입니다. 평생 그들을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날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모스 일병의 가족(Military Times)

한인으로 알려진 오 소령은 이 공로로 2007년 1월 비교전상태에서 동료 군인의 생명을 구하는 영웅적 행동을 한 미군에게 수여하는 ‘군인의 메달(Soldier’s Medal)’을 받았다.

2009년 11월 중령으로 승진하고 2010년 당시 독일에서 복무 중인 오 중령은 모스 일병을 수술한 것은 영웅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제가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것 뿐입니다. 다른 사람이 그 때 그 자리에 있었으면 똑같이 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숨을 건 수술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손을 든 동료 군인들의 희생정신에 오히려 제가 놀랐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존 오 중령의 당시 수상 장면(Georgia Asia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