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세척하다 뇌 파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한 69세 할머니

미국 시애틀에서 한 60대 여성이 뇌를 파먹는 ‘살인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했다.

CNN은 지난해 12월 28일  69세 여성이 축농증 치료를 위해 약물이 아닌 수돗물을 사용해 정기적으로 코 내부를 세척했고, 그 이후 활동성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뇌 파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희귀 아메바 ‘발라무시아 만드릴라리스(Balamuthia mandrillaris)’는 코나 입을 통해 사람 몸에 침투, 뇌나 척추로 들어가 조직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 파먹는 아메바로 사망. 여성의 뇌에서 채취한 표본 현미경 사진.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이 아메바다. (International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 K. J. Piper et al)

이 여성의 감염 증세는 콧등의 염증으로 시작되었다. 의사는 흔한 피부병인 빨간 코(주사코)로 진단했고, 약 1년 동안 치료했으나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그 후 신체 왼쪽의 발작으로 병원을 찾았으나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신경외과 의사 찰스 콥스(Charles Cobbs)가 이 여성을 수술하던 중, 뇌의 손상 정도가 심해 추가 검사를 위해 표본을 추출했다.

콥스씨는 시애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여성을 수술했을 때, 골프공 크기의 뇌 한 부분이 피투성이였습니다. 그 부분이 아메바가 뇌세포를 먹는 곳이었죠.  우리 의료진은 그때 원인을 전혀 알지 못했어요. 조직을 검사한 후 원인이 아메바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생체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여성은 ‘발라무시아 만드릴라리스(Balamuthia mandrillaris)’라고 불리는 희귀 아메바에 감염되었다.

연구진은 비강을 통해 물을 흘려 부비강 압력을 완화해 주는 주전자 모양의 장치 네티포트 (neti pot) 사용을 언급했다. 연구진은 이 여성이 끓인 물이나 식염수 대신 정수 필터를 통해 여과된 수돗물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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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릴라리스는 토양과 담수에 서식하는 자유 생활 아메바다. 뇌 파먹는 아메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Naegleria fowleri)’는 며칠 만에 감염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지만, 만드릴라리스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여성은 감염 후 약 1년 동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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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은 아메바 감염에 쓰이는 치료제인 ‘밀테포신’을 투여했지만, 이 여성은 결국 혼수상태에 빠졌고 본격적인 치료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적극적인 항 아메바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일주일도 안 되어 환자는 졸음 증상이 심해졌고 혼수상태에 빠졌죠. CT 영상에서 추가적인 출혈이 보였어요. 가족은 지원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이 아메바는 전통적으로 중남미의 따뜻한 기후에 산다. 만드릴라리스는 1986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있던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200건의 감염이 기록되었으며, 그중 70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놀랍게도 치사율은 거의 100%다.

이 사례는 박테리아와 관련된 모든 종류의 감염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 준다.

의료진은 사망한 여성이 이용한 수돗물이 아메바 테스트를 받지 않아 감염 경로를 확정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환자들이 코 세척 이후 콧등 염증 등 증상을 호소했을 때 아메바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