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간 망치로 산 깎아 길 만든 할아버지가 매일 떠올리던 단 ‘한 사람’

By 윤승화

22년 동안 매일같이 새벽마다 산으로 사라져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던 남자가 기적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인도에는 비하르(Bihar)주 가야(Gaya) 지역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 작은 산골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살던 농부 다쉬라트 만지히(Dashrath Manjhi) 할아버지는 지난 1959년 안타까운 이유로 아내를 잃었다.

당시 만지히 할아버지의 아내는 사고로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졌다.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 즉시 병원에 데려간다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즉시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는 것.

이곳 마을 사람들에게는 마을 입구를 가로막은 큰 산 주위로 빙 둘러 난 도로가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연결 통로였다.

병원이 있는 가장 가까운 옆 마을까지는 이 도로로 80km가량 돌아서 가야 했다.

도로는 빙 둘러 있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할아버지는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아내를 데려갔지만 결국 아내는 도중에 사망했다.

1959년에 아내를 잃은 할아버지는 1960년부터 1982년까지 22년간 매일 마을을 가로막고 있던 커다란 산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하루의 전부를 쓰고 밤늦게서야 돌아왔다.

중간에 마을에 큰 기근이 찾아오기도 했다. 모두가 마을을 떠나있는 동안에도 만지히 할아버지는 더러운 물을 마시고 나뭇잎을 따먹으며 허기를 달래면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런 할아버지를 향해 마을 사람들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정신을 놓고 미쳐버렸다”고 수군댔다. 산에서 무얼 하고 돌아오는지 알 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22년이 지나서야 할아버지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하루도 빠짐없이 산에 다녔는지 알게 됐다. 이들의 눈앞에는 산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시원하게 뻥 뚫린 도로가 놓여 있었다.

만지히 할아버지는 홀로 직접 산을 한조각씩 망치로 돌을 깎고 삽으로 흙을 파서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는 터널을 만들었다.

“나 같은 일은 나로서 마지막이어야 한다” 자신이 겪은 비극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도록 돕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만들어낸 도로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80km가 아닌 4km만을 달려 옆 마을로 건너갈 수 있게 됐다.

이후 할아버지는 73세의 나이로 2007년 눈을 감았다.

한평생 “미친 사람”으로 불리던 만지히 할아버지.

이 미친 사람 덕분에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 어른들은 더 나은 직업을 찾아 먼 지역으로까지 다녀올 수 있게 됐다. 아픈 사람들이 의사에게 쉽게 갈 수 있게 됐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