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시설에서 지내는 지리산 반달가슴곰들이 갑갑하고 좁은 환경 탓에 ‘이상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지난 4일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시작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지리산에는 70여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자연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곰들도 많지만, 야생 적응에 실패해서 다시 보호 시설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녀석은 사람이 설치해 놓은 올무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잃은 채 시설로 되돌아왔다.
증식을 위해 해외에서 들여온 곰들까지 시설에 오면서, 2010년까지 8마리였던 곰은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시설은 그대로라 포화 상태가 됐고, 좁은 시설에 갇혀 지내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곰들은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 반달가슴곰은 불안한 듯 벽을 따라 같은 공간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이는 갇혀 지내는 곰이 보이는 전형적인 이상 행동인 ‘정형행동’이다. 인간과 비교하면 자폐증을 앓는 것과 비슷하다.
곰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자연환경과 가깝게 조성된 방사장 5곳이 있지만, 늘어난 개체 수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곰들은 이틀에서 사흘 내에 한 번 정도 방사장에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이 2년 전에 세워졌지만, 이제야 설계 예산이 반영돼 언제 환경이 개선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광활한 자연에서 사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곰들이 지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시설 확충과 더불어 질병 예방이나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반달곰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