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아침 경북 고령군의 한 관광농원에서 탈출했다가 1시간여 만에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의 사연이 속속들이 알려지고 있다.
사순이의 나이는 20살가량 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사육되는 사자의 수명은 25년 정도다.
작년 8월 고령군 덕곡면의 농장주 A씨가 농장을 인수할 때 같이 인계받은 사자가 사순이다.
전 농장주는 2008년 사순이와 수사자 한 마리를 같이 사육했는데 수사자는 오래전 죽어 남은 사순이만 A씨가 받았다.
1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한우를 방목해서 키우려고 농장을 인수했는데 농장 안에 사자가 있어서 키우게 됐다”고 했다.
사자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그는 사순이를 동물원으로 보내기 위해 환경청에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만약 사순이가 동물원에 가게 되면 서열 싸움이 일어날 수 있어 동물원들이 꺼렸다는 것이다.
사순이는 성격이 온순해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A씨는 “사람이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 유순했다”고 했다.
농장 근처 캠핑장 이용객들이 사순이를 보러 와 같이 사진을 찍을 정도였다.
마취총으로 포획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안전을 고려해 사살을 결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부실한 체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물의 본능을 고려하지 않은 사육 시설에서 20년 넘게 사자를 길러왔으나 이를 알고도 환경부와 지역 환경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권 행동 카라’는 14일 소셜미디어에 “목장주에 따르면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여 년 간 사람 손에서 자라 사람을 잘 따랐다”며 “인근 캠핑장 이용객의 대피가 끝난 상황에서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앉아 있었던 사순이가 맹수라는 이유로 별다른 숙고 없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만 했는지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