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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질문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대답한 SF거장 더글러스 트럼블ⓒ 대기원 |
“UFO, 햄버거 따라 만들었다” – 할리우드 SF 거장 더글러스 트럼블
충무로 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미지와의 조우’
[대기원] “저 이 영화 찍고 5년간 외계인을 연구했습니다. 외계인은 있습니다.”
특수효과의 거장 더글러스 트럼블(66)의 깜짝 발언에 좌중은 쉽사리 웃지 못했다. 관객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여러분이 직접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하라”는 말을 던지고 아내가 기다리던 객석으로 내려갔다.
제2회 충무로 국제영화제 넷째날 ‘미지와의 조우’(원제: Close Encounter)는 제목 그대로 새로운 만남을 예고하듯 시작됐다.
할리우드 특수효과의 선구자이자 거장 더글러스 트럼블은 스탠리 큐브릭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명성을 확고하게 만든 작품은 바로 리차드 드레이퍼스 주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1977)였다.
영화 ‘미지와의 조우’는 미확인 비행물체(UFO)와 외계생명체를 다룬 스필버그 감독의 초기 작품이다. 당시 막 알려지기 시작하던 특수효과 전문가 더글러스 트럼블이 조지 루카스 감독의 제의를 거절하고 이 영화를 맡은 일화도 유명하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제의했던 영화는 바로 그 ‘스타워즈’(1977)였다.
영화는 실종됐던 비행기와 선박들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 이상한 현상을 겪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리처드 드레이퓨즈(61)의 젊은 시절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E.T’(1982)를 완성하는데 습작 역할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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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회가 끝나고 관객들이 트럼블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대기원 |
상영회가 끝나고 관객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직접 본 적이 없는 외계인의 우주선을 어떻게 만들었냐”는 질문을 받은 트럼블은 “아이스크림을 따라 만들었다. 햄버거를 따라 만든 것도 있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영화 가운데 한 아이가 UFO를 보고서 “아이스크림”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미니어처를 영화제작에 도입하면서 카메라를 이동시키는 모션 컨트롤 기법을 개발함으로써 특수효과분야에서에 새 지평을 열였다. 당시 모션 컨트롤에 문외한이었던 스필버그는 트럼블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여 결국 UFO영화의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는 스탠리 큐브릭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스탠리 큐브릭과 일할 때는 아직 명성을 얻기 전이었지만, 그는 내 의견을 잘 받아줬다. 스필버그와 일할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상태였으므로 그는 나를 파트너로 대해줬다”며 큐브릭 감독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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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영관 앞 벤치에 즉석 사인회가 열렸다. 책상 뒤쪽 여성은 트럼블의 아내.ⓒ 대기원 |
영화의 원제목 클로우즈 인카운터(Close Encounter)의 의미는, `제3종 근접 접촉`이라는 뜻으로 UFO나 외계인과의 접촉을 분류하는 미공군의 전문 용어이다. 제1종 근접 접촉(Close Encounters Of The First Kind)은 UFO의 단순한 목격, 제2종 근접 접촉(Close Encounters Of The Second Kind)은 UFO의 흔적과의 접촉(착륙장소의 자국이나 불탄 자리, 파편 등), 제3종 근접 접촉(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은 UFO 자체 또는 그 탑승자와의 만남을 뜻한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트럼블이 영화 시작 전 관객들에게 던졌던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트럼블은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전지전능한 신이나 무한한 존재를 믿는다. 이 영화를 통해 외계인의 존재를 믿게 됐다. 현대 문명이 외계인과 접촉했었음을 확신한다. 현대 문명의 진화에는 외계인의 영향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번 충무로 영화제에서는 또 다른 SF 화제작들도 상영됐거나 예정에 있다. 인간이 달에 착륙하기 전 공개되어 화제가 됐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 차세대 SF기술로 불리우는 쇼스캔 기법이 일부 적용된 ‘브레인스톰’(1983),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공개된 전설적인 SF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 : 파이널 컷’(2007)등이다.
남창희 기자
등록일: 2008년 09월 0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