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무대는 어느 공연보다 소음에 민감하다.
그런 이유로 객석에서도 긴장감이 흐르기 마련이다.
공연 시작 전 미리 기침하고, 휴대폰을 끄고 함부로 박수를 치지 않으려 손을 가다듬는다.

그렇게 모두가 숨죽인 순간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찔한 상황이 최근 한 공연장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정명훈이 하이든과 베토벤, 브람스 등 클래식 거장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며 1부를 마친 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2부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객석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고요한 홀의 공기를 깼다. 관람객들이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정명훈은 방금 울렸던 휴대폰 벨소리를 피아노로 경쾌하게 연주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고, 재치 넘치는 모습에 박수도 이어졌다.
정명훈은 이어서 “여보세요?”라고 말하며 수화기를 드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어 해당 벨소리와 연주의 첫 음을 연결하며 공연을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대가의 여유가 느껴진다” “무안해질 수 있는 상황을 공연으로 승화하시는군요” “센스 대단하시다” “멋있다”라며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