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공포의 유령선’에 4년 동안 홀로 갇혀있다 풀려난 남성

By 이서현

바다 위 배에서 4년 동안이나 갇혔다가 자유를 찾은 남성이 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떠올리게 하는 기구한 사연의 주인공은 시리아 출신의 모하메드 아이샤다.

사연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샤는 그해 5월 바레인 선적 화물선에 합류했다.

2개월 뒤, 그가 탄 화물선의 선박안전증명서와 자격증명서가 만료되면서 선박이 이집트 바다에 억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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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계약자는 연료비를 대지 못 했고, 선박 소유주도 자금난에 빠졌다.

선박이 미아가 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이집트인 선장은 현지 법원에 그를 선박의 법정대리인으로 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배를 떠날 수 없다는 통보였지만, 시리아 출신인 그는 의미도 모른 체 서류에 서명했다.

그가 상황을 파악했을 땐 이미 선장과 다른 선원들이 모두 다 떠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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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그는 4000톤급 거대 화물선에 기약도 없이 홀로 갇혔다.

배 위에서 물끄러미 항구를 드나드는 다른 배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2018년 8월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날이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전기마저 끊어지며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배에서 지내야 했다.

폭풍 덕분에 해안 가까이 붙은 선박 | itfglobal.org
생필품을 사고 돌아가는 아이샤 | itfglobal.org

지난해 3월, 폭풍우 덕분에 선박이 해안선에 가까워졌다.

덕분에 며칠에 한 번씩은 육지로 나가 음식을 사고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 있게 됐다.

같은 해 그의 사연을 접한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ITF)이 그의 귀향을 위해 나섰다.

모하메드 아이샤

연맹의 도움으로 싸움이 시작됐고, 그는 지난 23일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마치 감옥에서 풀려난 기분이다. 드디어 가족과 재회하게 됐다”라며 “바다로 돌아가 선장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선원이 유기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250건 이상이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