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려 요양원 가겠다는 아버지를 ‘애틋한 고백’으로 붙잡는 딸(영상)

By 이서현

tvN 드라마 ‘나빌레라’는 ‘일흔의 덕출이 그랬듯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기며 지난달 27일 막을 내렸다.

보석 같은 대사로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응원을 전했고, 품에 고이 묻어둔 자신만의 꿈을 돌아보게 했다.

드라마는 덕출 할배(박인환 분)가 평생 간직했던 꿈을 떠올리며 시작됐다.

가족을 위해 평생 집배원으로 일했던 덕출 할배는 일흔이 넘어 발레를 배우겠다고 나섰다.

tvN ‘나빌레라’

망설임 끝에 선생님을 찾았고 가족들 몰래 발레 수업도 시작했다.

하지만, 곧 아내 해남(나문희 분)에게 들키고 “자식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아요. 곱게 늙어요”라는 책망을 듣는다.

주눅이 들었지만, 발레 선생님인 채록의 응원에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tvN ‘나빌레라’

발레 연습하는 본인의 사진을 가족들에게 전송하며 당당하게 선언했다.

“나 발레한다!”

가족회의가 열렸고, 자식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덕출 할배는 포기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상태에서도 자기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애썼다.

그 모습에 가족들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의사를 그만뒀던 아들 성관은 아버지를 보며 의사로서의 소명을 깨닫고 다시 일에 복귀했다.

tvN ‘나빌레라’

완고한 가족주의를 실천했던 성산도 아버지가 선물한 야구글러브를 통해 어릴 적 꿈을 떠올렸다.

그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야구단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딸 성숙(김수진 분)은 오랫동안 임신을 위해 애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간절했던 바람을 내려놓았다.

tvN ‘나빌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의무와 책임을 강요하기보다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지지하는 공동체가 됐다.

덕출 할배는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꿈에 그리던 발레 공연 무대에 올랐다.

tvN ‘나빌레라’
tvN ‘나빌레라’

드라마 말미,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덕출 할배의 알츠하이머 증세는 더 심해졌다.

아내와 집 옆으로 이사 온 딸 성숙이 덕출 할배를 보살폈다.

덕출 할배는 “내 살 곳은 내가 정한다”며 요양원 입소를 희망했다.

성숙은 애틋한 고백으로 아버지의 뜻을 만류했다.

tvN ‘나빌레라’

“아버지가 비 올 때마다 나 데리러 왔었잖아요. 내가 덤벙대서 맨날 우산도 까먹고 여름에도 감기 달고 사니까. 비만 오면 아버지가 노란 입고 교문 앞에 서 있었잖아. 기억나요?”

“나도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버지처럼 해야지 했는데…근데 지금 보니까 참 다행인 것 같아. 내가 아버지한테 받은 거…자식한테 갚지 말고 아버지한테 갚으라는 뜻이었나 봐. 아버지가 나 먹이고 입히고 재웠으니까 이젠 내가 그렇게 할게요.”

“아버지가 말을 잃으면 내가 말을 가르칠 거고, 아버지가 글을 잊으면 내가 한글 가르쳐줄게. 어? 그러니까 아버지 제발 가지 마요. 간다 소리 하지 마요.”

tvN ‘나빌레라’

성숙은 흐느끼며 아버지에게 기댔고, 덕출 할배는 그런 딸의 손을 잡고서 가만히 등을 두드려줬다.

딸의 의무감이 아니라 아버지를 향한 애정이 담긴 성숙의 고백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