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해” 깊은 울림 전한 조현철의 ‘남다른’ 수상소감

By 이서현

배우 조현철의 애틋하고 남다른 수상소감이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조현철은 지난 6일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의 ‘조석봉’으로 제58회 백상예술대상 남자조연상을 받았다.

무대에 오른 그는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백상예술대상 | JTBC

여러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대신 죽음을 앞둔 오직 한 사람, 아버지에게.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 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아빠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죽음이라는 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냥 단순히 존재 양식의 변화인 거잖아.”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3주기 추모제 | 연합뉴스

특히 본인이 지난해 세월호에 영향받아 연출한 작품 ‘너와 나’를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첫 장편영화였던 ‘너와 나’라는 작품을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군, 변희수 하사… 이경택군… 세월호의 아이들… 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 있다고 믿어. 그러니까 아빠 무서워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조현철이 ‘디피’에서 연기한 조석봉은 폭력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그는 구조가 변화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조리가 붕괴되지 않고 모두가 자신의 아픔을 방관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조현철은 수상소감에 타인의 아픔을 함께 담아냈다.

부천서성고문사건의 주범 문귀동을 구속시킨 고 조영래 변호사 | EBS ‘지식채널e’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면서 그의 남다른 가족사도 조명됐다.

투병 중인 부친 조중래 교수는 ‘공해연구회’를 만드는 등 국내 환경운동의 기틀을 다졌다.

큰아버지인 고(故) 조영래 변호사는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평생 공익변론에 힘썼다.

매드클라운 공식 팬 인스타그램

어머니 안일순 씨는 소설가로 여성운동에 몸담았고, 형은 평소 사회적 발언에 거리낌이 없었던 래퍼 매드클라운이다.

누리꾼들은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고맙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멋진 청년” “이전에 들은 적 없는 소감”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는 예술인”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