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데이트 폭력으로 숨졌습니다” 지하철에 울려 퍼진 기관사의 호소

By 이서현

한 지하철 기관사가 안내방송으로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한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 4호선에서 슬픈 안내방송을 듣고 오열할 뻔했다’는 한 누리꾼의 글이 공유됐다.

누리꾼은 당시 상황에 대해 “오늘 퇴근길에 4호선을 탔는데 기관사분이 안내방송으로 ‘가족이 얼마 전에 데이트 폭력으로 사망했는데 국민청원을 올렸으니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런 안내방송이 불편하시겠지만 이렇게밖에 알릴 방법이 없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SNS

이 기관사의 가족은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숨진 고(故) 황예진 씨(25)로 추정된다.

예진 씨는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였던 A씨(31)와 말다툼을 하다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다.

의식을 잃은 예진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지난달 17일 사망했다.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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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 씨의 부모는 데이트폭력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딸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폭행 당시 CCTV를 공개했다.

CCTV에는 A씨가 예진 씨의 머리를 잡아채 벽에 수차례 강하게 밀치자 예진 씨가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이 담겼다.

정신을 차린 예진 씨와 A씨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유족은 이때 추가 폭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예진 씨는 정신을 완전히 잃은 상태로 다시 CCTV에 찍혔고 옷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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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119에 직접 신고한 후 예진 씨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절했다는 등의 거짓말을 이어갔다.

유족 측은 “A씨가 ‘왜 연인관계라는 것을 주변에 알렸나’라고 화를 내면서 폭행을 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도주 가능성이 낮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은 사건이 공론화되자 지난 15일 A씨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지난 8월 25일 게시된 관련 국민청원은 18일 49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예진 씨 어머니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수사와 신상공개를 촉구한다. 아울러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 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 더는 딸과 같은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꼭 가해자가 엄벌받기를 바랍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싶네요” “청원이라도 해야 이슈가 되고 수사하고 구속하니 저 마음도 이해가 가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청원은 오는 24일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