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 곱게 잘 가는 게 꿈” 87세에 한글 깨친 ‘칠곡할매시인’ 박금분 할머니 영면

By 김연진

“먹고 싶은 것도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갈 때 대가 곱게 잘 가는 게 꿈이다”

87세에 한글을 깨쳐 를 쓰고, 영화에도 출연하며 뜨거운 울림을 전해준 ‘칠곡할매시인’ 박금분 할머니가 별세했다. 향년 94세.

지난 6일 경북 칠곡에서는 최고령 칠곡할매시인 박금분 할머니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박금분 할머니는 자신이 쓴 시 ‘가는 꿈’에서 소망했던 것처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곱게 영면에 들었다.

칠곡군

박금분 할머니는 평생 학교에 다니지 못하다가, 2015년 경북 칠곡군이 운영하는 약목면 복성리 배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할머니는 구순을 바라보는 87세였다.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매우 컸다. 알렉상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통째로 외울 정도였다.

또한 배움학교에서는 반장을 맡으며,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함께 공부하는 할머니들에게 회식을 베풀기도 했다.

칠곡군

김재욱 칠곡군수는 장례식장을 찾아 박금분 할머니 시를 인용하며 “편안하고 곱게 소천하셨기를 바란다”라며 유족을 위로했다.

아래는 박금분 할머니가 지은 시 ‘가는 꿈’이다.

인지 아무거또 업따

묵고 시픈 거또 업또

하고 시픈 거도 업다

갈 때대가 곱게 잘

가느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