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끝난 줄 알고 방송서 떠들다 딱 걸린 ’22년 미제 살인’ 용의자

By 이서현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관련 피의자가 최근에서야 경찰에 붙잡혔다.

피의자는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고 방송에서 범인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술술 읊다가 덜미를 잡혔다.

사건은 지난 1999년 11월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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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도로에 멈춘 승용차에서 흉기에 무참히 찔린 채 숨진 남성이 발견됐다.

남성은 당시 44살이던 검사 출신의 이승용 변호사였다.

돈과 소지품은 차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이에 따라 계획 살인에 무게가 실렸다.

경찰은 1만 장의 전단을 배포한 데 이어 현상금까지 내걸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당시 용의 선상에 오른 인원만 60여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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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제주 지역 조직폭력배 A씨(55)가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직접 연락을 해왔다.

그는 두목의 명령에 따라 동갑내기 조폭 ‘갈매기’를 시켜 이 변호사를 손보려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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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과정에서는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까지 언급했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직접 그렸고, 이동 동선과 골목길에 가로등이 꺼진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 전문가는 “갈매기가 했다고 하는 상황들이 여기에다 갈매기를 빼고 제보자를 넣어버리면 너무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이 설명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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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진행자인 김상중은 A씨에 대해 “이 변호사의 살인범이거나 최소한 살해 현장에 있었던 공범으로 추정된다”고 정리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나섰다는 A씨는 방송을 이용해 누군가를 압박할 의도가 엿보였다.

경찰은 방송 이후 사건을 다시 들여다봤고,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재수사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끝난 게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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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건은 2014년 11월 5일 자정을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A씨는 공소시효 만료 전 8개월여 동안 해외 도피 생활을 했다. 그만큼 공소시효가 늘어나 제주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5년 8월이 됐다.

여기에 살인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이 결정적이었다.

태완이법 적용 기준은 2015년 7월 31일이었고, 늘어난 공소시효 덕분에 가까스로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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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즉각 인터폴 수배를 내렸고, A씨는 캄보디아의 한 검문소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공소시효가 만료된 줄 알고 유족으로부터 사례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인터뷰에 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경찰청은 20일 살인 교사 혐의로 A씨를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