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적인 태도” 미국이 푸틴 두 딸 겨냥하자 당황한 러시아

By 이서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사건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의 두 딸까지 제재 명단에 추가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7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절대적으로 광적인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며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제재 부과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자녀가 표적이 된 데 대해 “이해하고 설명하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부 부차의 묘지에 놓인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시신 | AP 연합뉴스

백악관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이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등 우방국들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에 심각하고 즉각적인 경제적 비용을 부과한다”라며 추가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장녀 마리아 보론초바(37), 차녀 카타리나 티호노바(36)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상징적 조치도 가했다.

배경에는 푸틴 대통령의 족벌주의적이면서 부패한 모습을 러시아 국민에게 폭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푸틴 장녀로 알려진 마리아 보론초바의 모습 | 유튜브 채널 ‘Grunge’

푸틴 대통령과 전 부인 류드밀라 사이에 낳은 두 딸의 정보는 철저히 감춰진 상태다.

지난 2015년 푸틴 대통령은 연례 기자회견에서도 “딸이 자랑스럽지만 절대 공개적으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각종 언론에 따르면 장녀 마리아는 의학 연구에 종사했고, 의료서비스 분야 전문 러시아 투자회사인 노멘코의 공동 소유주다.

푸틴 차녀로 알려진 카테리나 티코노바의 모습 | 유튜브 채널 ‘Grunge’

차녀 카테리나는 모스크바대학의 과학연구진흥재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자산 중 일부는 이들이 관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폭로한 흑해 연안의 고급 저택 | AFP 연합뉴스

최근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재산 규모는 1000억달러(약 120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의 두 딸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베일 속에 갇혀 있지만 서방의 제재가 가해짐으로 인해 서서히 그 모습이 드러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알리나 카바예바 |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연인인 리듬체조선수 출신인 알리나 카바예바(38) 사이에서도 4명의 자녀를 두고 있고, 모두 미성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두 딸에 대한 제재 사실을 발표하면서 “성인 자녀들을 제재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편, 푸틴의 두 딸과 함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부인과 딸, 전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 등 푸틴 대통령의 핵심 인사와 그들의 가족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