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들렸다” 15cm 혹 때문에 왕따 당하던 아프리카 청년에 기적 선물한 한국

By 이현주

입안의 거대 종양으로 고통받던 아프리카의 한 청년이 한국에서 수술받고 새로운 삶을 얻게 됐다.

3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있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플란지(남·22)는 8살 때 어금니 통증이 있어서 어머니 도움을 받아 치아를 뽑았다.

이때 염증이 생겼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10여 년을 방치했다.

거대 종양으로 고통받던 플란지 | 서울아산병원 제공

작았던 염증은 희소 질환인 거대 세포 육아종으로 진행됐다.

15cm 크기의 종양 때문에 음식 먹는 것은 물론 대화조차 힘들었다.

친구들은 ‘귀신 들린 아이’라며 따돌리기 시작했고, 플란지는 다니던 학교까지 중퇴하게 됐다.

플란지가 사는 마을은 마다가스카르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약 2000km 떨어진 암바브알라다.

마을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아 불을 피워 생활해야 하며, 의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서울아산병원 전경 | 연합뉴스

희망을 잃고 살던 그는 지난해 의료 봉사활동을 하던 한국인 의사 이재훈 씨를 만났다.

이 씨는 한국 의료계에 수소문한 끝에 서울아산병원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플란지는 지난 8월 31일 약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한국을 찾았다.

출생신고가 안 돼 있어 한국을 찾기까지 약 1년이 걸려 입국 절차를 준비해야만 했다.

지난 9월 16일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플란지의 거대 종양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과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8시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마쳤다.

플란지(왼쪽)에게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 서울아산병원 제공

안정을 되찾은 플란지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이제는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플란지의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성형외과 교수는 “수술 당시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전신마취를 잘 견딜지부터가 걱정됐지만 잘 버텨줘 건강하게 퇴원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안면기형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해 앞으로는 자신감과 미소로 가득한 인생을 그려 나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