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경찰 공개채용 시험서 女 팔굽혀펴기 ‘정자세’로 바꾼다

By 이서현

부실 대응으로 질타받은 경찰이 채용시험에서 체력검사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여성 경찰공무원 응시생의 팔굽혀펴기 자세도 ‘정자세’로 변경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에서 물리력 대응훈련 중인 경관들 | 연합뉴스

지난 20일 경찰청은 최근 국가경찰위원회 회의에 ‘경찰 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보고했다.

이번 안은 순경 공채 체력시험 종목 중 팔굽혀펴기·윗몸 일으키기·악력 등 3개 종목 평가 기준을 현재 간부후보생 선발 기준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관 체력검정에서 체력측정 중인 참가자들 | 연합뉴스

현행 간부후보생 체력검사 평가기준은 남자 기준 윗몸일으키기 만점(10점)이 1분에 58회 이상이다.

좌우악력은 64kg 이상이 만점, 39kg 이하가 최저점이다. 팔굽혀펴기는 만점은 1분에 61회 이상, 최저 점수 기준은 15회 이하다.

순경 공채 체력검사 평가기준은 이보다 낮았다.

남자 기준 윗몸일으키기는 만점 기준은 58회로 똑같지만 최저 점수 기준은 간부후보생보다 10회 적었다.

좌우 악력과 팔굽혀펴기는 만점 기준부터 각각 61kg과 58회로 간부후보생보다 낮았다.

경찰관 체력검정에서 체력측정 중인 참가자들 | 연합뉴스

여자 순경 응시생 평가 기준도 간부후보생 기준에 못 미쳤다.

윗몸일으키기에서 최저 점수를 피하려면 간부후보생은 1분에 23회 이상 해야 하지만, 순경 응시생은 13회만 하면 된다.

좌우 악력 만점 기준도 간부후보생은 44kg, 순경 공채는 40kg이다.

2016년 경찰청 체력검정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경찰관들 | 연합뉴스

내년부터는 순경 공채 체력검사 기준이 간부후보생과 동일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개정령안에서 여경 팔굽혀펴기 기준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간부후보생 팔굽혀펴기 만점 기준은 31회 이상인 반면 순경 공채는 50회 이상이다.

간부후보생이 남자와 마찬가지로 정자세를 취하는 반면, 여경 공채 응시생은 무릎을 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경들 | 연합뉴스

이번 개정령안에는 자세를 다루는 법령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경찰청은 올 하반기 여경 공채 팔굽혀펴기 자세를 남자와 같은 정자세로 변경하는 내용의 일부개정안을 국가경찰위원회에 상정해 이 부분을 개선할 방침이다.

상향 조정되는 순경 공채 체력검사 기준은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약 3년 동안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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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26년부터는 순경 채용 시 남녀 동일 기준을 적용하는 ‘순환식 체력검사’를 도입한다.

종목별이 아닌 장애물 달리기(약 340m), 구조하기, 방아쇠 당기기 등 5개 코스를 한 번에 순환해 수행하고 기준 시간 내 통과해야 합격하는 방식이다.

앞서, 순경 공채 시 단일 체력 시험을 적용할 경우 여경의 90%가 합격할 수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20년 경찰청은 경찰개혁위와 성평등위 권고에 따라 남녀 순경 통합 선발을 앞두고 성별과 관계없이 동일 기준으로 남녀 순경 체력을 평가하는 것을 전제로 연구용역을 해왔다.

당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남녀를 동일하게 평가할 경우 여경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