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국적은 할아버지가 지킨 대한민국” 태극기 달고 동메달 딴 ‘재일교포’ 안창림

By 이서현

재일교포 3세인 유도 대표팀 안창림(27·KH)이 업어치기로 동메달을 따냈다.

조국에 메달을 바치고 싶었다던 그는 자신이 태어난 땅 일본 도쿄에서 마침내 꿈을 이뤘다.

안창림은 26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에게 절반승을 따냈다.

경기 시간 4분 중 7초를 남겨놓고 자신의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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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안창림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4차례나 연장을 치르면서 체력 부담이 커졌으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전날 66kg급 안바울(27)에 이어 한국 유도는 이틀 연속 동메달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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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안창림이 경기 뒤 꺼낸 단어는 ‘재일교포’였다.

안창림은 “제 모든 정신의 기본은 재일교포 사회에서 나왔다. 재일교포의 입장은 쉽지 않다. 일본에선 한국인 취급을 받고, 한국에선 일본인 취급을 받는다. 나를 보고 재일교포 운동선수들이나 어린아이들이 용기를 내서 큰일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귀화 제의를 거절한 것에 대해서도 한 치의 후회는 없었다.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생명을 걸고 지킨 국적을 잊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2019년 도쿄조선중학교에서 열린 유도교실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안창림 | 안창림 인스타그램

1994년 3월 2일 도쿄에서 태어난 안창림은 엄밀히 말해 재일교포 3.5세다.

친가는 증조부, 외가는 조부 때 각각 일본으로 넘어왔다.

할아버지가 정착한 곳은 도쿄와 일본 본토 최남단의 중간쯤인 교토다.

여기서 성장한 안창림은 가라테 도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다.

평생 무도인으로 살아온 아버지는 안창림에게 늘 최선을 강조했다.

일본 유도 명문 쓰쿠바대를 다니던 안창림은 2학년이던 2013년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당시 장소가 이번 올림픽 경기가 열린 부도칸이다.

용인대 시절 안창림 | 연합뉴스

워낙 유도를 잘했지만 일본 국적이 아니었기에 일본 주요 대회를 나갈 수 없었다.

귀화제의도 있었지만 거절하고 ‘한국 사람이라면 태극 마크를 달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한국으로 향했다.

[좌] 연합뉴스 [우] 안창림 인스타그램
2014년 용인대에 편입해 한 달 만에 선발전 3위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무대를 밟았으나 16강 탈락했다.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안창림은 기쁨과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리우 올림픽이 끝나고 정말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라며 남은 단체전에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