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데 예상 밖 결과에 당황한 러시아

By 이서현

러시아가 예상을 빗나간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당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영국 일간 타임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침공 48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주요 4개 도시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키예프 페체르스크 수도원 앞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복을 받아내는 장면을 구상했다.

지난 1월 러시아의 한 국영 TV 방송에서 전문가들이 예상한 우크라이나 ‘점령 시간’은 약 11분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에 비견될 만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력 차이가 크다 보니, 이런 예측이 가능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러시아 지상군 부대 | 미 위성업체 맥사

러시아는 국경에 집결시킨 군인 15만 명 중 약 절반을 우크라이나로 투입해 진격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는 잘 버티는 중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예상 밖의 강한 저항에 막혀 진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좌] 우크라이나 누리꾼들이 공유 중인 ‘성스러운 재블린 미사일’ 밈 | 트위터 [우]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큰 힘을 보태는 건 서방으로부터 획득한 무기 체계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018년 도입한 미국산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이 이런 결사 항전의 성공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블린은 발사 후 강한 후폭풍으로 위치가 발각되기 쉬운 다른 대전차 화기와 달리 일정 고도로 솟아오른 뒤 점화해 날아간다.

이런 이유로 개전 이전부터 러시아 전차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대응 무기로 꼽혔다.

결사항전 중인 우크라이나 시민들 | 연합뉴스

이외 민간인들도 직접 무기를 들고 적극적인 항전에 나서고 있다.

BBC는 “교사‧변호사‧주부 등이 풀밭에 웅크리고 앉아 화염병을 만들고 있다”며 “일부는 망치나 칼을 들고서라도 싸우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80세에 입대한 우크라이나 할아버지 | SNS

상징적으로 최근 80세 우크라이나 할아버지가 손주들을 위해 가방 하나만 들고 입대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외에 있던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러시아군에 맞서기 위해 서둘러 귀국하고 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27일 사이 약 2만2000명이 우크라이나로 입국했다.

지난달 26일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에서 귀국하려고 대기 중인 우크라이나인들 |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트위터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의 피신 권고를 거절하고 키예프에 남아 결사 항전 의지를 다졌다.

대조적으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군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전술에 의문을 표했다.

이들은 푸틴이 ‘풋내기’ 군인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는 데다 러시아 탱크가 장갑차와 보병 지원 없이 마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