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르신들 넘어질까 걱정돼 골목에 낀 미끄러운 이끼 싹 청소한 이웃

By 김우성

“건강한 나도 걷기가 불편한데 어르신들이 넘어지시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었던 한 주민은 골목으로 나가서 미끄러운 이끼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동명동에 거주하는 50대 회사원 오현옥 씨는 최근 골목길을 걷다 미끄러져 크게 다칠 뻔했다.

가을 초입부터 비가 잦아 골목 전체가 이끼로 뒤덮여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친 곳이 없어 그냥 넘어갈 법도 했지만, 골목길을 힘들게 오가시는 동네 어르신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걱정을 떨칠 수 없었던 오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 오 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처럼 돌아온 대꾸에서 해법을 찾았다.

전문 청소업체에서 강력한 물줄기를 분사하는 기기를 필요한 기간만큼 돈을 내고 빌려 쓸 수 있었던 것.

연합뉴스

오 씨는 업체에서 빌린 이동식 고압 분사기를 끌고 굽이굽이 비탈을 오르내리며 골목의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냈다.

시원한 물줄기가 골목 바닥에 달라붙은 검녹색 이끼들을 제거했고, 깨끗한 골목길이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휴일 낮에 골목을 청소하는 오 씨를 지켜본 어르신들이 간식을 챙겨주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평소에는 이름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쳤던 얼굴들이었다.

그렇게 다섯 시간 동안 청소를 한 끝에 ‘농장다리’로 불렸던 동지교 주변의 가지처럼 뻗어 나간 골목 전체가 생기를 되찾았다.

밝아진 골목처럼 동네 사람들을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가득 피어났다.

오 씨는 이번에 얻은 경험을 밑바탕 삼아 마을공동체가 주도하는 골목 벽화 그리기 등 환경 개선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